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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퇴장 'VAR 효과?'…리스펙트 결여가 더 문제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5-02 16:36 | 최종수정 2018-05-02 22:26





"해도 너무하네요.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최근 올시즌 K리그1 퇴장 현황 집계표를 받아든 뒤 푸념을 쏟아냈다.

급증한 퇴장 숫자도 그렇거니와 퇴장 사유를 들여다보니 깊은 한숨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올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퇴장이 급격히 늘었다.<스포츠조선 5월1일자 보도> 10라운드까지 60경기에서 총 25번의 퇴장이 속출했다. 10라운드를 기준으로 2017년 총 6번, 2016년 8번, 2015년 9번, 2014년 10번의 퇴장이 나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2~3배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경고 누적이 아닌 다이렉트 퇴장 숫자의 급증세다. 올시즌 무려 18번으로 2017년 2번, 2016년 3번, 2015년 2번, 2014년 5번에 비하면 거의 폭증에 가깝다. 이들 다이렉트 퇴장의 사유를 놓고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명백한 득점기회 저지가 5번, 나머지는 팔꿈치 가격 등 난폭행위(5번)와 심한 반칙(8번)이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10라운드 3경기에서 나온 5번의 퇴장 중 무려 4번은 발목-다리를 밟은 경우였다.

연맹이 수년 전부터 그라운드에서의 '리스펙트(respect)' 캠페인을 펼쳐왔지만 거친 파울은 되레 심화된 셈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인식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맹이 다이렉트 퇴장 영상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팔꿈치 가격과 다리를 밟는 행위였다. VAR(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들키지 않았던 행위가 '적발'된 탓에 숫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더 문제라는 게 연맹의 판단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2가지 행위는 연맹이 시즌을 시작하기 전 선수들 대상으로 실시한 VAR 관련 설명회에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항목이었다고 한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여론 청취까지 했다. 경기에서 볼 경합을 하던 중 다리를 밟는 행위의 경우 부위에 따라 고의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보통 발등까지는 양해해 줄 정도다. 그러나 복숭아뼈 근처 발목부터 정강이 부위까지 발을 갖다대는 행위는 통상적인 반칙으로 봐주기 어렵다. "가해 선수가 발을 빼려고 하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라는 연맹의 설명이다. 이른바 '업자'끼리는 다 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A매치 휴식기 때 연맹에서 실시한 각팀 선수 대표자(주장) 회의에서도 논란이 됐던 반칙 사례 영상을 보며 토론한 적도 있다. 팔꿈치 가격으로 인한 출전 정지 파울이었는데 참가한 주장들은 할 말이 없는 파울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 역시 점프를 할 때 팔을 움직이는 각도를 보면 자연스러운 움직임인지 선수끼리는 다 안다는 것.

결국 선수들이 동업자 정신을 살려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연맹 관계자는 "이젠 VAR 카메라가 도처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주심의 등 뒤에서 매너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선수가 많다.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5월 말 시작되는 러시아월드컵 휴식기를 이용해 선수단 순회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동안 말로만 강조해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나온 퇴장 상황에 대한 VAR 영상을 모두 수집해 보여주고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다. 반복 숙지를 위해 교육 횟수를 한층 늘리는 방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연맹 관계자는 "과격한 퇴장 파울은 선수 생명은 물론 팬들의 흥미도 줄이는 요소다. 선수들 간 배려 정신이 정착될 때까지 연맹과 선수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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