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인터뷰]'폭풍왼발'한채린"Again 일본전 원더골! 100%자신감으로"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10 20:09



"(한)채린이가 한골 넣어주겠죠!"

9일 오후(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한일전 마지막 훈련을 앞두고 필승 각오를 밝히던 지소연(27·첼시 레이디스)이 후배 한채린(22·인천 현대제철)을 슬쩍 바라봤다. 한채린이 싱긋 웃었다. '센추리클럽' 베테랑 미드필더 지소연은 후배 한채린의 공격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전 "채린이는 어리지만 확실한 장점을 가진 선수다. 1대1에 강하다. 크로스와 슈팅도 좋다"고 칭찬했다. 지소연은 윤덕여호의 '잔소리쟁이'로 통한다.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동료들을 독려한다. "요즘 일부러 채린이 쪽으로 가서 잔소리를 많이 한다. 호주전 때도 그랬는데 채린이가 내 마음을 알런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1996년생 한채린은 윤덕여호의 막내 공격수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위덕대 재학중이던 지난해 10월 19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0-2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단독 드리블로 미국 수비진을 흔들어놓더니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꽂아넣었다. '세계 최강' 미국을 놀라게 한 환상적인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지난 2월 28일 알가르베컵 첫경기, 난적 러시아전(3대1 승)에서도 한채린은 골맛을 봤다. A매치 8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1차전 호주전, 한채린이 선발로 나섰다. 0대0 무승부 후 한채린은 공격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내 100%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있게 공격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차전 일본전은 한채린의 A매치 10번째 경기다. 한일전 각오는 거침없었다. "호주는 처음 상대해봤지만, 일본은 상대해봤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유있는 자신감이다. 지난해 12월 8일 일본 지바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첫 경기(2대3패)에선 1-2로 뒤지던 후반 35분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민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서 논스톱으로 차넣었다. 최강 미국, 일본을 상대로 패기만만한 한국 공격수의 힘을 보여줬다. "민아언니 크로스가 워낙 좋았다"며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그 골을 넣고 왠지 이길 것같았는데, 막판에 처지고 밀리면서 한골을 더 내주고 졌다.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생애 두번째 일본과의 A매치, 사실상의 4강 결정전이다. 요르단아시안컵은 8개국이 A-B조로 나뉘어 조 1-2위가 4강에 진출한다. 한국, 호주, 일본, 베트남이 포진한 B조는 격전지다. 주최국 요르단과 중국, 필리핀, 태국이 편성된 A조에 비해 조 1-2위 경쟁이 피를 말린다. 한국은 1차전 호주와 비겼다. 2차전 일본전 승리 후 3차전 베트남전 승리로 4강을 확정짓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1차전에서 최약체 베트남을 4대0으로 꺾었지만 최종전에서 최강 호주와 붙는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한국전 승리가 절실하다.

한국 일본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서 '공격수' 한채린은 복수혈전을 다짐하고 있다. "호주전에는 긴장해서인지 자신감을 못찾았다. 일본전에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쉬웠던 걸 생각하면서 자신있게,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 "피지컬에서는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선수들이 패스를 잘하니까 도 빨리 움직이고 패스하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기술적인 것, 패스워크가 우리보다 뛰어나지만 우리는 힘이 좋고 피지컬, 팀플레이에서 일본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왼발의 한채린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가레스 베일이다. "눈이 동그래서 친구들이 음바페 닮았다고 하던데(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베일이다. 왼쪽 윙에서 플레이스타일이 정말 좋다. 베일이 있던 첼시를 좋아했고 요즘은 레알마드리드를 좋아한다. 베일 영상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윤덕여 감독은 '영건' 한채린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공격수로서 좋은 점을 많이 갖췄다. 좋은 공격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돌파하고 찬스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일단 크로스가 좋다. 왼발 슈팅능력도 뛰어나다. 수비 위치선정과 경험이 보완된다면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 공격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대학생 A대표' 한채린은 올시즌부터 WK리그 인천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는다. 프랑스월드컵을 한해 앞둔 2018년은 한채린에게도, 한국 여자축구에도 중요한 의미다. 지소연, 조소현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여자축구의 미래' 한채린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소연 언니도 노력해서 100경기까지 온 것이다. 나도 더 많이 노력하고 싶다. 자신감을 계속 찾아야할 것같다"고 했다. "막내로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제 처음이 아니니까, 책임감을 갖고, 긴장하지 않고 100%의 자신감으로 뛰고 싶다"는 각오를 거듭 표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지금보다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10일 오후 10시45분, 100%의 한채린이 운명의 한일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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