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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막내린 1월이적시장, 진짜 주인공은 DF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01 1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월이적시장의 주인공은 언제나 공격수였다.

우승, 혹은 유럽클럽대항전, 강등권 근처에 있는 팀들이 1월이적시장에서 꺼낼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승부수는 검증된 공격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2010~2011시즌이 좋은 예다. 무려 5000만파운드에 리버풀에서 첼시로 떠난 페르난도 토레스를 필두로 앤디 캐롤(뉴캐슬→리버풀·3500만파운드),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맨시티·2700만파운드),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리버풀·2300만파운드)가 2011년 1월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뿐만 아니다. 2014~2015시즌 겨울이적시장의 주연은 윌프리드 보니(스완지→맨시티·2800만파운드)였고, 2013~2014시즌에는 후안 마타(첼시→맨유·3710만파운드)가 최고액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 1월이적시장의 키워드에서 뺄 수 없는 것이 공격수들의 연쇄이동이다. 시작은 알렉시스 산체스였다. 아스널과 재계약을 거부하던 산체스는 여름부터 러브콜을 보내던 맨시티를 뒤고 하고, 전격적으로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이적료는 3600만파운드에, 주급 35만파운드에 달하는 대형계약이었다. 산체스의 맨유행은 연쇄이동 효과를 불러왔다.

산체스 대체자를 찾던 아스널은 피에르 아메릭 오바메양을 점찍었다. 아스널은 1월이적시장 마지막날인 31일 클럽 레코드인 5600만파운드에 오바메양을 영입했다. 아스널은 산체스와 스왑딜로 데려온 헨리크 미키타리안에, 재계약한 메주트 외질까지 가장 바쁜 겨울을 보냈다. 오바메양을 내준 도르트문트는 대체자가 필요했다. 당초 아스널의 백업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가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지루는 해외 보다는 잉글랜드 잔류를 원했다.

이때 첼시가 뛰어들었다. 원래 AS로마에서 살아난 에딘 제코 영입을 두고 협상을 펼치고 있었지만, 최종 마무리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알바로 모라타의 부진으로 수준급 공격수가 필요했던 첼시는 지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첼시는 1800만파운드에 지루를 데려왔고, 지루가 들어오며 가뜩이나 좁은 입지가 더욱 줄어든 미키 바추아이는 도르트문트로 임대이적했다. 아스널-첼시-도르트문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절묘한 딜이었다.



하지만 이번 1월이적시장의 진짜 주인공은 수비수였다. 올 겨울 EPL팀들은 2억2500만파운드로 역대 겨울 최고액을 썼던 2010~2011시즌을 넘는 3억3000만파운드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앞서 언급한 공격수들의 이동도 이유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수비수들의 초대형 이적 때문이었다. 리버풀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수비 불안에 시달리던 리버풀은 사우스햄턴에서 뛰던 네덜란드 출신의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7500만파운드를 썼다. 수비수 역대 최고액이었다. 맨시티가 뒤를 이었다. 백업 수비수 부재로 고생하던 맨시티는 애슬레틱 빌바오에서 뛰던 아이메릭 라포르테를 데려왔다. 그의 몸값은 무려 5700만파운드였다.

수비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맨시티의 올 시즌 영입을 보자. 맨시티는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으로부터 "공격수 몸값으로 수비를 데려온다"는 비판 아닌 비판을 들을 정도로 수비수 영입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맨시티는 벤자민 워커(5200만파운드), 카일 워커(4500만파운드), 에데르손(3500만파운드), 다닐루(2650만파운드)에 라포르테까지 무려 수비수 영입에만 무려 2억155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여기에 리버풀이 판 다이크 영입에 7500만파운드를 쏟아부으며 수비수 몸값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찍었다. 판 다이크의 몸값은 영국 현지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무리 몸값 거품이 낄 수 밖에 없는 1월이적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가 골자다.

시장에 돈은 도는데, 수요만큼 공급이 없다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 모든 미친 이적시대는 네이마르의 파리생제르맹 이적에서 촉발됐다. 바르셀로나에서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2억파운드라는 엄청난 이적료를 발생시킨 후, 바르셀로나는 필리페 쿠티뉴를 리버풀에서 영입하는데 1억4200만파운드를 썼다. 쿠티뉴 이적료가 생긴 리버풀은 판 다이크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 여력이 됐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하나다. 이번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수비수들도 천문학적인 이적료 시대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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