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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가상 독일' 라트비아전 통해 '일거삼득'해야 한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31 18:28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다음달 3일(이하 한국시각) 라트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라트비아는 '가상 독일'이다. 물론 라트비아와 독일의 실력 차는 크다. 독일은 세계 최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다. 라트비아는 131위에 불과하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부터 1990년 이탈리아 대회까지 11회 연속 FIFA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이는 소련의 일원으로 나선 것. 순수 라트비아 전력만으로 월드컵에 나선 경험은 전무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하지만 현 상황에서 연습 상대로 부족함이 없다. 세대교체 중인 라트비아의 동기부여가 강하다. 라트비아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진출을 목표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2017년부터 자국 축구 영웅이자 라트비아 축구협회 A대표팀 위원회 회장인 알렉산드르스 스타르코프스 감독 체제로 개편, 다수의 20대 초반 선수들을 선발해 '비욘드(Beyond) 2009'를 꿈꾸고 있다. 2009년 라트비아는 FIFA 랭킹 45위까지 오르며 '다크호스'로서 입지를 키웠다. 이런 라트비아를 상대로 신태용호는 '일거삼득'해야 한다.

우선 중원 압박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비라인을 다져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27일 '가상 스웨덴' 몰도바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당시 신 감독은 진성욱(제주)-김승대(포항) 투톱을 가동했다. 큰 체격의 몰도바를 스피드로 제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전형은 4-4-2 포메이션. 2대2로 비겼던 30일 '가상 멕시코' 자메이카전에선 김신욱(전북)-이근호(강원) 투톱 카드를 꺼냈다. 역시 4-4-2. 높이와 힘을 내세웠다. 두 경기 모두 예리한 모습으로 위협적인 공격이 돋보였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신 감독도 자메이카전 후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더 큰 숙제는 전술 완성도와 수비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신태용호의 4-4-2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측면, 중앙을 가리지 않고 공격 루트를 개척했다. 상대팀 전력이 강하지 않아 더 돋보인 측면도 있지만, 선수들 간 호흡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압박에선 빈틈을 보였다. 조직적이지 못했다. 유럽파 부재로 베스트 전력이 아니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전술적 움직임이 미흡했다. 특히 공수 전환 과정에서 '쏠림 문제'가 드러났다. 공격 또는 수비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 잦았다. 최후방에 수비부담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자메이카전 2실점 모두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결국 전술 완성도, 조직력 문제다. 신 감독은 "조직력을 다지는 시간은 제한되어있고 짧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수행을 잘해주고 있다"면서도 "조직력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방 압박할 때 수비라인이 좀 더 강하게 부딪혀야 한다. 그래야 실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선수단 사기'를 챙겨야 한다. 신태용호는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금자탑을 쌓았다. 국내서 치른 콜롬비아-세르비아 평가전 2연전 선전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듯 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단 사기도 높지 않은 상황. 최근 평가전서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몰도바전은 신승, 자메이카전은 '효율성 제로'였다는 지적이다. '가상 독일' 라트비아를 상대로 결과와 내용 모두 잡아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라트비아전을 잘 치르면 A대표팀 경쟁력 강화도 꾀할 수 있다. 성공적인 평가전을 통한 내부 경쟁 촉매제의 발견. 대표적인 예가 김신욱이다. 그간 신태용호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신욱은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골(5골)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전까지만 해도 '빅맨 대결' 구도에서 석현준(트루아)에 밀리는 느낌이었지만, 이젠 뒤집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순위권 밖 수문장이던 조현우(대구)도 넘버원에 근접한 위치에 올라섰고, 최철순(전북)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파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사이 지동원(다름슈타트) 박주호(울산) 홍정호(전북) 등 정체돼있던 해외파들이 살길을 개척하며 A대표팀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은 A대표팀 전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의 시작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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