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 육성왕' 기영옥 단장 "기성용은 부드러움, 김정민은 스피드"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2-14 20:50




"성용이는 부드럽고, 정민이는 스피드가 있제."

'제2의 기성용' 김정민(18·금호고)에 대한 기성용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의 평가다.

12일 김정민의 오스트리아 리그 명문 잘츠부르크 이적이 공식이 성사됐다. 계약기간은 5년으로 김정민은 내년 1월 광주FC에 입단한 뒤 잘츠부르크로 이적하게 된다.

일각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광주FC 유스 시스템 최고의 '역작'인 김정민이 K리그에서 빛고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광주FC도 같은 마음이지만, 대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김정민도 이런 광주FC의 마음을 알기에 다음달 광주FC에 공식 입단을 한 뒤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절차를 택했다. 광주FC 산하의 18세 이하(U-18) 팀인 금호고 출신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도리인 듯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최근 공석인 사령탑 선임건으로 고민이 깊은 기영옥 광주FC 단장. 그러나 김정민 이야기가 나오니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아! 그 친구는 진짜 물건이여."

기 단장은 자타공인 '미드필더 육성왕'이다. 과거 금호고 감독 시절 윤정환(현 세레소 오사카 감독) 고종수(현 대전 감독) 등 특급 미드필더를 길러냈다. 또 한 명, A대표팀 '중원의 핵'이자 한국 축구 사상 최고 미드필더 반열에 서고 있는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그의 아들이다. 기 단장은 김정민에게서 최근 잠시 잊었던 '천재의 향기'를 느꼈다. "(김)정민이는 다른 또래들하고 볼 차는 게 다르다. 보는 눈도 다르고 생각하는 길도 한 두 차원 높다."


서울 토박이 김정민은 신천중 소속으로 또래에 적수가 없는 압도적인 '중등 최강자'였다.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엔 유일한 중학생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잘츠부르크를 비롯, 유럽 명문 구단의 관심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런 김정민을 보며 기 단장은 다시금 육성의 열의를 느꼈다.

기 단장은 김정민을 금호고에 데려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김정민과 그의 부모를 찾아 선수의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또, 김정민이 고등 무대를 거치며 급성장을 해 해외 구단 이적 기회가 생기면 그 꿈까지 밀어주리라 약속했다. 당초 'K리그 1강' 전북 현대의 U-18 팀 전주 영생고 진학에 근접했던 김정민, 결국 기 단장의 진심에 금호고 입학을 결정했다.


김정민은 기 단장의 관심과 최수용 금호고 감독의 지도 아래 착실히 성장했다. 1m85까지 훌쩍 큰 키. 기량도 자신보다 2~3세 위 형들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그렇게 3년. 그 과정에서 김정민은 '제2의 기성용'이란 수식어도 얻었다.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동 나이대를 기준으로 기성용과 김정민을 비교해달라.' 기 단장이 껄껄 웃는다. "아이 참 뭔 소리여~ 둘이 강점이 다른디."

손사래도 잠시,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성용이는 고2 때 프로를 가서 고3 때 경기를 뛰었다. 정민이는 고등 무대에서 착실히 경기를 소화했다"며 "둘 다 좋은 체격을 갖춘 미드필더인데 성용이는 확실히 부드러운 면이 있고, 정민이는 스피드를 갖췄다"고 했다. 이어 "정민이는 기술도 뛰어나고 다양한 강점을 갖춘 친구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재목"이라고 했다.

'대부'의 눈이 먼 미래를 보며 반짝인다. "정민이가 유럽에서 잘 커가꼬 뛸만치 뛰믄 나중에 광주FC로 온다 했응게. 그 때 한번 봐보소. 그럼 느낌이 또 다를거여."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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