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사임 숨기기 급급, 이랜드 '수준미달' 운영 논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1-17 10:26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를 넘어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꿉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 이랜드FC(대표이사 김현수)의 모기업인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의 소개다. 1980년 여대 앞 작은 점포로 시작해 국내 굴지의 패션, 유통 브랜드로 성장한 이랜드의 정체성은 항상 선구적이었다. 지난 2014년 이랜드FC 창단 당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인기구단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한국 프로축구 발전의 한 축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랜드FC가 17일 김병수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그동안 이랜드그룹이 추구해온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오히려 19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구태를 답습했다.

김병수 감독은 올 초 3년 계약을 맺고 이랜드FC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권 진입을 목표로 뒀으나 부상, 징계 등 변수가 겹치며 무승 부진에 빠졌고 결국 시즌을 8위로 마쳤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은 다음 시즌 전력 보강을 통해 승격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랜드 구단 측도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에도 김병수 감독과 승격에 도전할 것이며, 한만진 대표이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이사 교체가 상황을 바꿔놓았다. 최근 신임 대표이사직을 맡은 김현수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내건 것은 '이랜드FC 예산 대폭 축소'였다. 기존 선수 유지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 선수 보강 '올스톱'을 시사했다. K리그 관계자는 "김병수 감독이 새 대표이사의 방침에 반발했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결국 김병수 감독이 떠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감독은 최근 시즌을 마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견학 등 유럽 연수를 통해 새 시즌 구상을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돌연 일정을 취소한 뒤 16일 오후 김현수 대표이사를 만나 계약 해지 합의서에 사인했다. 스포츠조선은 이날 이랜드FC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연락을 끊은 채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랜드FC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단 측이 연락을 받은 뒤 김병수 감독 측에게 전화를 걸어 '사임 내용을 언론에 흘렸느냐', '이렇게 되면 잔여 연봉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등 압박을 했고, 김병수 감독이 속앓이를 했다"고 전했다. 이랜드FC는 당초 주말인 18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김병수 감독 사임을 하루 앞당겨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현역시절 '축구천재'로 불렸던 김병수 감독은 부상 후유증으로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이후 고려대를 시작으로 포철공고를 거쳐 2008년 영남대에 부임해 대학무대를 평정했다. 영남대 시절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 포항의 주축 멤버들을 길러냈고 경기력 면에서도 타 대학팀을 압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시절 프로무대서 못 이룬 꿈을 프로무대에서 펼쳐 보이고자 했으나 1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쓰러졌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근로자 임금 및 수당 미지급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현수 대표이사는 대외적인 책임을 물어 전무에서 상무로 강등된 인물이다. 이랜드FC 측은 김병수 감독 사임 소식과 더불어 김현수 대표이사 내정을 전하며 '호텔, 레저, 스포츠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축구계에선 올 초부터 '이랜드FC가 올 시즌에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 존폐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갑자기 발표된 김병수 감독의 사임 소식이 전주곡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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