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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인천-상주의 2017년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90분의 혈투가 끝났다. 웃은 이는 없었다. 2대2 무승부. 더 아쉬움이 큰 건 전남이었다. 두 명의 인천 선수가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많은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빠져나간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원정길에 오른 인천 서포터스가 도를 넘는 '실력'을 행사하다 전남 구단 관계자와 충돌했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정신차려, 심판" 등 심판 판정에 불만을 외치던 인천 서포터스 중 두 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서포터스 쪽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그라운드 매니저를 폭행한 뒤 휴대폰을 가지고 사라졌다.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관계자는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계속해서 누워있었다.
욕설도 난무했다. 구단 장내 아나운서가 욕설을 자제해달라는 멘트에 인천 서포터스는 더 심한 욕설로 맞대응했다. 참다 못한 전남 관중들도 욕설 대열에 합류해 볼썽 사나운 장면이 30분간 연출됐다. 이 장면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김용세 경기감독관과 조영증 심판위원장까지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폭행과 욕설로 얼룩진 그라운드는 경찰들이 투입돼서야 정리됐다. 경찰들은 양팀 구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건을 조사한 뒤 폭행을 한 인천 서포터스의 인적사항을 적어 사후처리할 예정이다.
인천 서포터스의 엇나간 팬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서포터스가 경기장에 난입해 구단이 7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또 경기장 출입구를 막아 서기도 했다. 2013년 8월 3일 울산전에서 심판진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3개의 출입구를 지키기도 했다. 당시 서포터스의 대표 3~4명은 주심을 직접 만나겠다며 믹스트존 앞까지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흥분한 팬들은 보안 요원과 몸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관중 난입이 있었다. 그러나 이해해줄 만한 난입이었다. 인천이 클래식 잔류에 성공한 뒤 홈 팬들이 기쁜 나머지 그라운드로 달려들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선수와 팬이 한데 섞여 열광하는 모습은 진풍경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서포터스의 이 같은 행동은 가난한 시민구단에 부담만 더 가중시키는 것이다. 특히 인천 구단도 서포터스에 대한 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양=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