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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덕운동장이 추억의 축구 성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는 올시즌 홈경기장을 기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구덕운동장으로 전격 이전했다.
1980∼1990년대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 시절 한국축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던 구덕운동장에서 추억을 되살리고 부산 축구열기의 부활을 꾀하자는 취지였다.
구덕운동장으로 이사온 지 한 시즌이 거의 끝나가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구덕운동장을 찾은 부산 팬들이라면 첫 인상부터 썩 좋은 게 아니다.
향수를 자극한다지만 열악한 시설과 볼품 없는 외관은 옛날 그대로다. 주차장이 좁아 대중교통 수단이 아니면 접근하기가 힘들다. 관중석 의자도 개·보수를 했다고는 하나 다른 지역 경기장에 비하면 불편하다.
경기장 주변 역시 좁아서 팬들을 위한 임시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들어서는 푸드트럭들이 과거가 아닌 최신 트렌드임을 느끼게 해준다.
부산 구단 관계자들은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 비하면 접근성이나 시설이 너무 뒤처져서 축구팬들을 모시기에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면서 "구단으로서도 팬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공을 들였지만 주어진 여건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외관만 그런 게 아니다. 양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 역시 옛날 시설 그대로여서 선수들이 경기 후 샤워를 하기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유니폼 등 선수들 개인용품 보관용 옷장도 변변치 않다. 구단 비용을 들여 목욕탕 옷장 같은 것을 비치한 것이 그나마 최신 시설이다.
다만 그라운드 잔디 상태는 국내 최상급이다. 요즘 유행어로 '웃프다(웃기다+슬프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 구덕운동장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서 잔디가 잘 보존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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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별세한 고 정용환 감독의 영혼을 모시고 추억의 레전드 행사를 여는가 하면 최근 세상을 떠난 조진호 전 감독의 추모식까지 치른 장소가 됐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다. 몇년 가야 있을까 말까한 '희로애락'이 한꺼번에 함축된 한 시즌이었다.
그래도 구덕운동장 효과는 만점이다. 올시즌 현재까지 부산은 K리그 챌린지 17경기를 치르면서 총 4만1988명의 관중을 유치했다. 경기당 평균 2470명이다. 작년 사직동(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시절 20경기 평균 1534명이었다. 작년 대비 평균 1000명 가까운 62%가 증가한 수치다. 올시즌 챌린지 10개 구단 전체 평균(2337명)보다도 여유있게 웃돌았다.
3월 11일 부산-안산전(6337명), 7월 15일 부산-경남전(4845명)에서는 단일 라운드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클래식 리그 소속이었다 하더라도 사직동 시절이라면 사실 꿈도 꾸지 못할 기록이다.
고 조진호 감독이 남겨놓은 작은 듯, 의미있는 업적도 있다. 올시즌 구덕운동장에서 거둔 홈승률은 67.6%(8승7무2패)다. 2011년(73.3%·9승4무2패)이후, 클래식-챌린지 시스템이 도입된(2013년) 이후 가장 높은 홈경기 승률이다. 그만큼 부산 팬들의 즐거움 수치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구단의 보이지 않는 업적도 있다. 구덕운동장 인근 서·사하구를 비롯해 부산지역 각 기초자치구들과 부산시의 단체장들이 부산 축구의 후원인 가입 릴레이를 펼쳤다. 구덕운장으로 이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산 구단은 "올시즌이 끝난 뒤 구덕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할 곳이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