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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실험은 자충수였다.
러시아전 2골 위안은 신기루였다. '포어 리베로 장현수'와 '윙백 이청용' 카드를 두고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내용면에선 합격점"이라고 했던 신태용 감독의 평가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평가전. 말 그대로 평가하기 위한 경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선전을 위한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모로코전에서도 신 감독의 선택은 포어 리베로 장현수와 윙백 이청용이었다. "첫 실험 치고는 상당히 잘 해줬다"고 했던 신 감독이기에 예상됐던 포진이다. 소속팀 출전이 없는 지동원도 선발이었다.
전원 해외파 발탁으로 제한된 선수풀을 감안해도 실험적인 선택. 하지만 신태용호는 과정과 결과를 챙기지 못했다. 실험의 소득도 없었다. 안타까운 민낯만 드러냈다.
러시아-모로코전은 '평가전 이상의 평가전'이었다. 신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챙겨야 했다. 하지만 모두 놓쳤다. '뭔가 될까'하는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압도적으로 밀린 내용 탓에 향후 실험에 대한 명분도 잃었다. 추락한 자신감과 한국 축구의 위신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야말로 '자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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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전반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이청용 쪽을 노렸다. 뻥뻥 뚫렸다. 이청용의 수비력도 문제였지만 이는 신 감독도 이미 알고 있던 부분. 더 큰 문제는 부실했던 동료 수비수의 커버였다. 러시아전에서도 지적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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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어 리베로 장현수, 윙백 이청용은 이미 실패했다. 소속팀 출전 부족에도 선발로 내세운 지동원은 꽁꽁 묶였다. 믿었던 손흥민은 이번에도 역시 침묵했다. 페널티킥으로 길고 긴 침묵을 기록상 깼을 뿐이다. 전반 중반 포메이션을 4-2-3-1로 바꿨지만, 무리한 실험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청용은 풀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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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국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겠다." 신 감독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게 초심이고 진심이다. 그리고 실험의 목적이다. 제대로 된 실험이었다면 비록 패하더라도 방향성은 제시했어야 했다. 하다 못해 일말의 기대감 정도는 들지 않았을까.
월드컵 개막은 8개월 남았다. 11월 A대표팀은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그 때 신태용호는 어떤 모습일까. '실험'과 '자충수'는 구별하길 바란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