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로코]드러난 신태용호의 민낯, 실험이란 이름의 '자충수'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0-11 00:23




무리한 실험은 자충수였다.

러시아전 2골 위안은 신기루였다. '포어 리베로 장현수'와 '윙백 이청용' 카드를 두고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내용면에선 합격점"이라고 했던 신태용 감독의 평가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10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빌비엔 티솟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 한국의 굴욕적인 완패였다. 1대3으로 졌다. 7일 러시아전 2대4로 완패했던 신태용호는 이로써 두 차례 유럽 원정 평가전에도 모두 쓴 잔을 마셨다.

평가전. 말 그대로 평가하기 위한 경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선전을 위한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모로코전에서도 신 감독의 선택은 포어 리베로 장현수와 윙백 이청용이었다. "첫 실험 치고는 상당히 잘 해줬다"고 했던 신 감독이기에 예상됐던 포진이다. 소속팀 출전이 없는 지동원도 선발이었다.

전원 해외파 발탁으로 제한된 선수풀을 감안해도 실험적인 선택. 하지만 신태용호는 과정과 결과를 챙기지 못했다. 실험의 소득도 없었다. 안타까운 민낯만 드러냈다.

러시아-모로코전은 '평가전 이상의 평가전'이었다. 신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챙겨야 했다. 하지만 모두 놓쳤다. '뭔가 될까'하는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압도적으로 밀린 내용 탓에 향후 실험에 대한 명분도 잃었다. 추락한 자신감과 한국 축구의 위신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야말로 '자충수'였다.


이날 한국을 상대했던 모로코는 2군급이었다. 베나티아, 보타입, 벨한다, 암라바트, 지예크 등 다수의 주축이 빠졌다. 8일 가봉과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경기를 치렀기에 100% 체력도 아니었다.

모로코는 전반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이청용 쪽을 노렸다. 뻥뻥 뚫렸다. 이청용의 수비력도 문제였지만 이는 신 감독도 이미 알고 있던 부분. 더 큰 문제는 부실했던 동료 수비수의 커버였다. 러시아전에서도 지적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포어 리베로 장현수, 윙백 이청용은 이미 실패했다. 소속팀 출전 부족에도 선발로 내세운 지동원은 꽁꽁 묶였다. 믿었던 손흥민은 이번에도 역시 침묵했다. 페널티킥으로 길고 긴 침묵을 기록상 깼을 뿐이다. 전반 중반 포메이션을 4-2-3-1로 바꿨지만, 무리한 실험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청용은 풀백을 봤다.


실험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대비하는 신 감독의 목적이 '측면 수비수 이청용의 재발견'은 아닐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소속팀 출전 적은 선수, 중국화 논란을 신 감독 자신이 뒤집어보일 요량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비전 없이 눈 앞의 불만 꺼볼 생각이었을리도 없다. 막연히 잘 해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는 곤란하다.

"진짜 한국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겠다." 신 감독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게 초심이고 진심이다. 그리고 실험의 목적이다. 제대로 된 실험이었다면 비록 패하더라도 방향성은 제시했어야 했다. 하다 못해 일말의 기대감 정도는 들지 않았을까.

월드컵 개막은 8개월 남았다. 11월 A대표팀은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그 때 신태용호는 어떤 모습일까. '실험'과 '자충수'는 구별하길 바란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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