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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FA컵 징크스? 김도훈 마법사가 있다.'
그러면서도 목포시청의 경기 영상을 꼼꼼하게 분석해보니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며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울산은 2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내셔널리그의 돌풍 목포시청을 상대로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뭐니뭐니 해도 관심사는 울산이 FA컵과의 질긴 악연에서 탈출하느냐다. 울산은 1983년 프로축구 태동기에 창단한 전통의 팀으로 각종 국내·외 대회 우승 경험이 많지만 유독 FA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준결승 홈경기와의 슬픈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지난 2015∼2016년 2년 연속 홈에서 준결승전을 치렀다가 모두 탈락했다. 이번 3년 연속 홈 준결승전이 더욱 간절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연'에 기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FA컵과 악연이 질긴 '팀' 울산과 달리 울산에 새로 부임한 김도훈 감독은 'FA컵의 마법사'다.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 모두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2000년 일본 J리그(빗셀 고베)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전북으로 복귀한 첫 해 전북의 FA컵 우승의 주역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16강, 8강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렸고, 성남과의 결승에서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2대0 완승을 이끌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회 MVP(최우수선수)는 팀 후배였던 박성배(42·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에게 돌아갔지만 김 감독 생애 잊을 수 없는 대회 가운데 하나다.
김 감독은 2011년 성남 코치 시절에도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선수 시절 우승의 제물로 삼았던 성남에서 지도자로 우승을 일군 묘한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은 당시 신태용 감독을 보좌하며 우승을 이끈 공로로 신 감독과 함께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김 감독의 FA컵 마법은 사령탑으로 데뷔한 2015년 인천에서도 통했다. 당시 강등권으로 평가받았던 인천에서 '늑대축구' 돌풍을 일으키며 인천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진출시켰다.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 1대3으로 패해 준우승을 했지만 축구팬들은 인천의 돌풍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FA컵과 좋은 인연을 가진 김 감독은 울산에 부임해서도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그동안의 리듬대로라면 선수-코치에 이어 감독으로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차례다. 울산팬들에게는 지독한 징크스를 깨고 환희를 만끽할 수 있는 기분좋은 상상이다.
김 감독은 준결승전 대진 추첨식에서 울산의 준결승 징크스에 대해 "그때는 내가 울산을 지휘하지 않았다"며 징크스 격파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결전을 하루 앞둔 26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목포시청의 플레이 특성을 파악했다. 상대는 패기와 의욕이 넘쳐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짧고 빠른 패스게임 위주로 상대가 거칠게 따라붙지 못하도록 하겠다"면서 "포백은 물론 베스트 전력을 가동해 홈팬들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FA컵과 좋은 기억이 많기는 하지만 이게 너무 부각되면 부담스러운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