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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분명 개운해야 하는데,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대표적 장면이 24일 전북-대구전이었다. 강등권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구가 예상 외로 전북을 압도했다. 대구는 세번이나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1대1이었다. VAR을 통해 두번이나 골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13분 주니오가 가슴 트래핑 후 골을 넣었다. 하지만 주니오의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VAR을 통해 주니오가 슈팅 전 신형민을 밀친 것으로 판독됐다.
명백한 규정 위반을 지적한 것이었지만 당사자인 대구는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본 팬 모두 에반드로의 골을 무효로 한 이 판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VAR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VAR은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제시한 골 페널티킥/노페널티킥 판정 레드카드(두번째 옐로카드 상황은 제외) 징계조치 오류(mistaken identity) 4가지 상황에서의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만 개입한다. 다시 에반드로의 골 장면으로 가보자. 조현우가 골킥을 한 뒤 신형민이 공을 차단하려다가 이 공을 흘렸다. 이 공을 대구 선수들이 잡아 공격을 진행했고, 골로 이어졌다. 조현우의 골킥이 설령 규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득점 과정까지 이어서 연결해 판단하는 것이 옳은 판정이었을까. 이런 식이라면 킥오프에서 규정을 위반한 후 들어간 골은 모두 무효가 돼야 한다.
지난 10일 인천-광주전에서도 논란이 된 판정도 마찬가지다. 두 번의 페널티킥을 모두 무효로 한 것은 VAR이 아니라 심판의 결정이었다. VAR 논란의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결국 다시 사람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VAR 도입 후에도 그라운드에 여전히 불만과 의심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연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시범단계인만큼 국제축구연맹(FIFA)나 IFAB도 VAR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K리그만의 로컬룰을 만들수도 없고,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잡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단순히 심판에게 '운용의 묘'만을 강조하면, VAR은 공신력을 잃게 된다. VAR이 자주 도마에 오르면 오를수록, 오심을 줄여 심판의 권위 향상을 높이려던 VAR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게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