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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기사가 되고싶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소싯적 스피드를 좋아했던 걸로 안다. 특히 오토바이에 관심이 컸다고 들었는데.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중고차 딜러인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버스 4대 정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서 일을 하기 위해 구직 활동을 하던 차에 축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볼 때 "나는 단순히 수송만 하는 기사가 아니라,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기사가 되고싶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인상 깊게 봐주셔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육지에서 원정경기만 담당했다가 제주도로 내려와 홈/원정 경기 모두 총괄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구단에서 내게 홈-어웨이 총괄을 담당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 동안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 또 그 전까지는 제주도를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겹경사로 제주도에 와서 딸을 얻었는데.
제주도 환경이 워낙 좋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았나 보다.(웃음) 제주는 행복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에는 어떤 물건을 싣고 다니는가?
어웨이 경기 때는 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운반해야 한다. 아이싱용 대형 풀장, 아이스박스, 선수들이 마실 물, 음료 등. 그리고 서포터즈 협조 차원에서 현수막이나 응원도구 등을 구비하고 있기도 한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몸으로 관중들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수송하기 때문에 몸이 다치지 않도록 그 무엇보다도 안전을 중요시 한다. 전임자가 했던 인수인계의 첫 마디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버스를 운전할 때, 뒤에 시어머니가 45명 앉아있다고 생각해라." 그 후로 지금까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경기를 이겼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브레이크를 한번 잡는 것도 예민하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스태프로 고충이 클 것 같은데.
경기 전 후로 코칭스태프과 선수단이 굉장히 예민하다. 특히 불빛과 큰 소리에 민감하다. 선수들이 탑승하면 제일 먼저 소등을 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주의한다. 이겼을 때는 그 어떤 노래를 틀어도 상관이 없지만, 졌을 때는 노래 조차 틀지 않는다.
-차량에 문제 생긴 적은 없었는지.
버스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큰 사고나 문제는 없었다. 한번은 홈경기가 끝나고 복귀를 하던 중, 계기판 고장 때문에 연료가 다 떨어진 것을 모르고 운행을 하다가 버스 시동이 꺼진 적이 있었다.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했으나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급히 대체 차량을 불러 선수들을 복귀 시켰다. 다행히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모두들 웃으며 별 탈 없이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출발을 하고 하루 늦게 복귀한다. 원정을 가면 주로 하는 일은.
원정 도시에 먼저 도착해 원정 준비 세팅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선수들이 먹을 간식, 음료, 물 구입부터 버스 세차와 정비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10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여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가장 까다로운 원정길은.
원정 운행이 가장 긴 구간은 강원이다. 특히 휴가기간에 경기가 걸리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예측을 할 수 없다. 보통 2시간이면 도착할 거리가 두 배 이상 걸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뒤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피곤이 쌓이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원정길이다.
-반대로 가장 편안한 원정길은.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경기장이 있는 팀이 편하다. 예를 들면 서울.
-구단에서 10년 차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동고동락하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때 가장 가슴이 철렁한다. 특히 뒤에서 항상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예전 신영록 선수 사고처럼 부상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마음 아프다.
-가장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선수들을 수송하다 보면 선수들의 팬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게 된다.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는 저를 보면서 부러워 하시는 팬 분들이 많이 계시다. 참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이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다.
-버스는 어떤 의미인가.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나르는 수단. (그렇다면 본인의 꿈은?) 조성환 감독님을 닮고 싶다. 버스에 타실 때 마다 항상 커피를 건네주시며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는 감독님을 보며, 사소한 부분까지 다른 이를 챙기는 감독님의 인성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임님에게 제주 유나이티드란.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함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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