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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만나는 태극전사들의 낯빛이 전체적으로 밝지 않다. 약간은 피곤해보이고,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늘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신태용 한국축구 A대표팀 감독도 목소리의 톤이 가늘어졌다. 김호곤 단장(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도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 부담을 줄까봐 선수단에 일체 말을 안 하고 있다. 노심초사 바라만 보면서 최대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러다보니 신태용호 안팎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 우즈벡전 한 경기가 주는 무게감이 지난 1년 동안 치른 9번의 최종예선전 보다 태극전사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자랑스러워야 할 태극마크가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심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쩜 당연하다.
신태용호에 승선한 26명의 태극전사 중 몸값이 가장 비싼 손흥민(토트넘)은 A매치 6경기 연속 '골침묵'으로 시무룩하다. 대표팀에서 300여일 이상 득점하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을 A대표팀에서도 기대한다. 제반 여건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기대치는 변함이 없다. 빅스타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간판 골잡이는 그런 압박감을 견뎌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이란전 후 '말 실수'로 비난 폭탄을 맞았던 주장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도와 달랐지만 팬들은 김영권의 말에 서운했다.
반대로 승리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러시아로 가는 길이 열린다. 지난 1년의 고통은 여기서 씻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레 내년 6월 본선까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A대표팀의 경기력은 남은 9개월 동안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우즈벡전을 밤잠 설치며 지켜볼 축구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떨릴 것 같다. 걱정과 불안 그리고 기대가 공존한다. 그라운드에서 싸워야 할 태극전사들의 심박수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차오를 것이다. 이겨내야 한다. 긴장감을 넘어서 큰 경기를 즐길 줄 아는 큰 배포가 꼭 필요하다. 이번에 적지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축구는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