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타슈켄트]우즈벡전, 한국축구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04 11:59 | 최종수정 2017-09-04 12:01


신태용 감독과 태극전사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만나는 태극전사들의 낯빛이 전체적으로 밝지 않다. 약간은 피곤해보이고,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늘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신태용 한국축구 A대표팀 감독도 목소리의 톤이 가늘어졌다. 김호곤 단장(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도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 부담을 줄까봐 선수단에 일체 말을 안 하고 있다. 노심초사 바라만 보면서 최대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신태용호는 5일 밤 12시(한국시각) 우즈벡과 '역사적인' 매치를 갖는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걸린 '단두대' 매치다. 지는 쪽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승리하는 쪽은 잠시나마 큰 감격과 성취감에 젖을 것이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이런 지경에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드리려고 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시작한 2016년 9월엔 1년 후 이런 가슴 떨리는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때 네티즌으로부터 '갓틸리케'로 불리며 칭송받기도 했다. 너무도 순탄하게 굴러왔다. 최종예선도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최종예선 첫 경기서 중국에 3대2로 간신히 이겼다. 두번째 시리아와 무득점으로 비겼고, 카타르에 3대2로 고전 끝에 승리했다. 이후 이란 중국 카타르 원정에서 연달아 졌다. 이란은 멀리 달아났고, 일찌감치 러시아행 티켓을 가져갔다. 우리는 슈틸리케를 날렸고,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은 우즈벡 시리아에 계속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염기훈(수원 삼성)의 말 처럼 "우즈벡전 다음은 없다"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신태용호 안팎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 우즈벡전 한 경기가 주는 무게감이 지난 1년 동안 치른 9번의 최종예선전 보다 태극전사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자랑스러워야 할 태극마크가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심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쩜 당연하다.

신태용호에 승선한 26명의 태극전사 중 몸값이 가장 비싼 손흥민(토트넘)은 A매치 6경기 연속 '골침묵'으로 시무룩하다. 대표팀에서 300여일 이상 득점하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을 A대표팀에서도 기대한다. 제반 여건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기대치는 변함이 없다. 빅스타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간판 골잡이는 그런 압박감을 견뎌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이란전 후 '말 실수'로 비난 폭탄을 맞았던 주장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도와 달랐지만 팬들은 김영권의 말에 서운했다.

한국 축구사에서 이번 우즈벡전은 그 어느 경기 보다 큰 의미를 갖는게 맞다. 만약 패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A조 4위로 예선 탈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한국 축구에 무척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다. 신태용 감독과 지금 태극전사들은 축구팬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승리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러시아로 가는 길이 열린다. 지난 1년의 고통은 여기서 씻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레 내년 6월 본선까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A대표팀의 경기력은 남은 9개월 동안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우즈벡전을 밤잠 설치며 지켜볼 축구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떨릴 것 같다. 걱정과 불안 그리고 기대가 공존한다. 그라운드에서 싸워야 할 태극전사들의 심박수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차오를 것이다. 이겨내야 한다. 긴장감을 넘어서 큰 경기를 즐길 줄 아는 큰 배포가 꼭 필요하다. 이번에 적지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축구는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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