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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들떠있다. 사상 첫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우즈벡은 1930년부터 1990년까지 '구 소련'에 소속돼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1991년 독립한 뒤에는 우즈벡이란 이름으로 월드컵에 나선 적이 없다.
4년 전 아픔도 생생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당시 한국에 골득실에서 단 한 골차로 뒤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래서 '승리=월드컵 본선행'이란 공식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전은 우즈벡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을 전망이다. 자신들 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폭풍 역습'이다. 우즈벡은 중국의 거센 공격을 막아낸 뒤 날카로운 역습을 수차례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헐크, 오스카(이상 상하이 상강), 카를로스 테베스(상하이 선화) 등 월드클래스 외국인 공격수들의 역습을 막아내며 내공이 쌓인 중국 수비수들의 적절한 차단이 없었다면 중국은 대패할 수 있었다.
한국전을 맞은 우즈벡의 전략은 또 다시 '역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홈 이점을 안고 있고 3만명 이상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을 예정이지만 먼저 서두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는 한국의 심리와 상황을 역이용할 수 있다. 움츠리는 듯하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했을 때 세르베르 제파로프(로코모티브 타슈켄트)와 오딜 아흐메도프(상하이 상강)의 킬패스를 앞세워 이고르 세르게예프(파크타코르 타슈켄트)와 엘도르 쇼무로도프(분요드코르)가 수비수 뒷 공간으로 파고들어 빠른 역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호는 우즈벡의 역발상에 대비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주로 실점이 역습에 의해 나왔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공격이 끊길 경우 순간적으로 조직력이 흔들리면서 커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처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빠른 발을 가진 센터백을 구성해야 한다. 지난 이란과의 혈투에서 '군계일학'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김민재(전북)는 발이 빠르다. 다만 '캡틴'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다소 느리다. 때문에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핵심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킨 '변형 스리백'이다. 전형적인 스리백을 구사해보지 않은 신 감독은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려 변형 스리백을 사용한 적이 있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우즈벡의 공격수를 막기 위해 김영권을 도울 발 빠른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를 해주는 형태의 전술이 가동될 수 있다.
더군다나 오른쪽 풀백 자원인 최철순(전북)이 경고누적으로 빠져 스리백에 익숙한 윙백 고요한(서울)이 오른쪽 측면수비를 담당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 역시 플랫 3가 가동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역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이다. 풍부한 활동량을 보일 수 있는 선수로 중원을 사수해야 한다.
'여우'의 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