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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차전이 벌어질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대학생이라고 밝힌 흘린코프는 3만숨짜리 티켓 여러장을 구입했다. '숨(SUM)'은 우즈벡 화폐 단위다. 1달러(미국)를 수완좋게 잘 환전하면 8000숨까지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4달러가 채 되지 않는 티켓이었다.
티켓 부스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이번 한국전의 최고가 티켓은 3만5000숨이었다.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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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티켓부스 주변에는 대량으로 티켓을 구매한 장사꾼으로 의심가는 사람들까지 보였다. 다량의 지폐(숨)을 든 일부 사람들은 티켓 부스 두 곳을 왔다갔다하면서 티켓을 10장 이상씩 구매했다. 많은 양의 티켓을 확보한 후 값을 올려 재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기자는 2일 오후 4시쯤 다시 티켓 부스 앞으로 지났다. 건장한 청년이 살살 접근해왔다. 영어로 "티켓"이라고 대놓고 얘기했다. "가장 좋고 비싼 티켓이 한장에 얼마냐"고 물었다. 그는 "10만숨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자에게 접근한 청년은 다름 아닌 '암표상'이었다. 다시 물었다. "내가 티켓 부스에서 물어보니 최고로 좋은 자리 입장권은 3만5000숨이더라. 10만숨은 너무 비싸다. 당신 혹시 암시장(black market)에서 나온 거냐." 그 청년은 당당하게 "맞다. 난 암표를 거래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몇장을 사느냐에 따라 좀 깎아줄 수도 있다"고 했다. 기자는 "한번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자 그는 "이곳 암표상 중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협상을 하고 싶으면 날 찾아오라. 내일이면 티켓부스에서 살 수 있는 입장권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주변에 경비 보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멀지 않은 거리에서 활개치는 암표상을 단속하는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