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타슈켄트]한국전 티켓 매진 임박, 3배 치솟은 암표까지 등장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02:44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티켓 부스 타슈켄트=노주환 기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차전이 벌어질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2일 낮 12시쯤(이하 현지시각) 기자가 찾아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매표소에는 제법 많은 축구팬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물었다. "한국-우즈벡전 티켓을 사려고 기다리는 것이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즈벡 축구협회는 7일 전부터 한국전 입장권 판매를 시작했다. 격전지가 될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우즈벡 축구 A대표팀의 홈이다. 수용 규모는 3만4000석.

대학생이라고 밝힌 흘린코프는 3만숨짜리 티켓 여러장을 구입했다. '숨(SUM)'은 우즈벡 화폐 단위다. 1달러(미국)를 수완좋게 잘 환전하면 8000숨까지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4달러가 채 되지 않는 티켓이었다.

티켓 부스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이번 한국전의 최고가 티켓은 3만5000숨이었다.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 했다.

그 직원은 "이번 한국전은 매진될 것이 확실하다. 내일까지 표가 남아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입장권을 사고 싶다면 오늘 중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 우즈벡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여기 팬들은 우즈벡 대표팀이 한국을 반드시 이겨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일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매표소 풍경 타슈켄트=노주환 기자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한국전 티켓을 파는 부스는 두 곳이다. 스타디움 입구 바로 앞 부스와 칠란자르 메트로(지하철) 인근 부스에서 동시에 팔았다. 한국-이란전은 현지시각으로 5일 밤 8시(한국시각 밤 12시)에 열린다. 앞으로 이틀 정도 시간이 남았다. 티켓 부스에서 만난 흘린코프는 우즈벡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우즈벡은 1991년 러시아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후 지금까지 아직 한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아쉽게 최종예선 3위를 해 플레이오프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흘린코프는 "우리는 러시아에 가고 싶다. 이번 한국전만 이기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티켓부스 주변에는 대량으로 티켓을 구매한 장사꾼으로 의심가는 사람들까지 보였다. 다량의 지폐(숨)을 든 일부 사람들은 티켓 부스 두 곳을 왔다갔다하면서 티켓을 10장 이상씩 구매했다. 많은 양의 티켓을 확보한 후 값을 올려 재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기자는 2일 오후 4시쯤 다시 티켓 부스 앞으로 지났다. 건장한 청년이 살살 접근해왔다. 영어로 "티켓"이라고 대놓고 얘기했다. "가장 좋고 비싼 티켓이 한장에 얼마냐"고 물었다. 그는 "10만숨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자에게 접근한 청년은 다름 아닌 '암표상'이었다. 다시 물었다. "내가 티켓 부스에서 물어보니 최고로 좋은 자리 입장권은 3만5000숨이더라. 10만숨은 너무 비싸다. 당신 혹시 암시장(black market)에서 나온 거냐." 그 청년은 당당하게 "맞다. 난 암표를 거래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몇장을 사느냐에 따라 좀 깎아줄 수도 있다"고 했다. 기자는 "한번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자 그는 "이곳 암표상 중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협상을 하고 싶으면 날 찾아오라. 내일이면 티켓부스에서 살 수 있는 입장권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주변에 경비 보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멀지 않은 거리에서 활개치는 암표상을 단속하는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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