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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마지막 밤, 한국 축구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졌다.
홈이점에다 상대는 10명이 싸웠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잡으면서 꿈꾸던 최고의 밥상이 차려졌다. 한 골이면 러시아월드컵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천금같은 기회를 스스로 엎어 버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신태용 감독의 A매치 데뷔전, 이동국의 컴백 등 엮을 수 있는 스토리는 죄다 모아 놓았지만 '화룡점정'이 없었다. 엔딩은 '충격'이었다. 깊게 패인 잔디 만큼 팬들의 상처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여우 지도자'다. 맨유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웨인 루니와 박지성도 그의 지휘에 있었다. 그런데 손흥민의 유니폼에 '감격'했다고 한다.
순수하게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뼈가 있는 한마디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은 우리가 알던 손흥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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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프로'답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은 설화에 휩싸였다.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 졸전을 관중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에 마지막 남은 '애정'마저 허공으로 걷어 차 버렸다.
이 뿐이 아니다. '탓'은 왜 그리 많은지, '잔디 탓', '시간 탓' 등…. 졸전을 본 눈만큼 귓가도 불편했다.
팬들의 원성은 하루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왜,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행정, 끝내 유럽파를 고집한 신 감독의 용병술 등 곳곳에서 원인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이 아직 남았기에 일단은 잠시 접어두자.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즈벡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이 6일(한국시각) 원정에서 열린다.
경우의 수는 더 복잡해졌다. 한국(2위·승점 14·골득실 +1)과 우즈벡(4위·승점 12·골득실 -1)이 주춤하는사이 시리아가 3위(승점 12·골득실 +1)로 치고 올라왔다.
한국이 우즈벡을 꺾으면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지만 패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 직행 티켓이 사라진다. 비길 경우 우즈벡은 넘을 수 있지만 시리아는 또 다르다. 최종전에서 이란과 만나는 시리아가 승리하면 2위는 시리아의 몫이다. 최종예선에서는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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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회복이다. 이란을 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치는 상기됐고, 선수들의 얼굴도 경직돼 있었다. 적절한 긴장은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날이 그랬다. 지나친 긴장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제는 모 아니면 도다. 원정은 홈에 비해 3~4배 더 힘들다. 월드컵 진출 여부를 떠나 한국다운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다운 경기는 투혼과 열정이 90분내내 숨을 쉬어야 가능하다.
아울러 신 감독도 더 이상 이름값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파는 이제 갓 시즌을 시작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신태용호는 1일 결전지인 우즈벡으로 출국한다.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 허정무 전 감독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이젠 '배수진'도 모자란다. '파부침주'의 더 절박한 자세가 요구된다.
위기의 한국 축구..., 마지막 전장에서 기사회생 하기를 염원한다. 동시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모두가 옷 벗을 각오를 해야한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