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충격 또 충격… 이제 남은 기회는 한번 뿐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9-01 13:09



2017년 8월 마지막 밤, 한국 축구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졌다.

위기의 한국 축구…, 오늘은 다르기를 기대했다. 풍경도 오랜만에 바뀌었다. 2002년이 부럽지 않았다. 사실 최근 A매치의 인기는 시들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비로소 팬들이 응집했다. 6만3124명이 상암벌에 운집했다. A매치에 6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린 것은 2013년 10월 12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6만5308명) 이후 4년 만이었다.

'감자 주먹' 이란은 이미 2018년 러시아월드컵 고지를 정복했다. 반면 한국 축구는 사선에 서 있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의 여신은 한국을 향해 미소짓지 않았다. 현실은 가혹했다.

홈이점에다 상대는 10명이 싸웠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잡으면서 꿈꾸던 최고의 밥상이 차려졌다. 한 골이면 러시아월드컵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천금같은 기회를 스스로 엎어 버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신태용 감독의 A매치 데뷔전, 이동국의 컴백 등 엮을 수 있는 스토리는 죄다 모아 놓았지만 '화룡점정'이 없었다. 엔딩은 '충격'이었다. 깊게 패인 잔디 만큼 팬들의 상처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또 한번 '우롱'했다. "손흥민의 유니폼을 받았다. 36년 축구 인생에서 오늘 유일하게 경기 후에 선수들한테 유니폼 달라고 했다." 그럴싸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겉과 속은 달랐다.

케이로스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여우 지도자'다. 맨유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웨인 루니와 박지성도 그의 지휘에 있었다. 그런데 손흥민의 유니폼에 '감격'했다고 한다.

순수하게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뼈가 있는 한마디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은 우리가 알던 손흥민이 아니었다.



한국도 '프로'답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은 설화에 휩싸였다.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 졸전을 관중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에 마지막 남은 '애정'마저 허공으로 걷어 차 버렸다.

이 뿐이 아니다. '탓'은 왜 그리 많은지, '잔디 탓', '시간 탓' 등…. 졸전을 본 눈만큼 귓가도 불편했다.

팬들의 원성은 하루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왜,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행정, 끝내 유럽파를 고집한 신 감독의 용병술 등 곳곳에서 원인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이 아직 남았기에 일단은 잠시 접어두자.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즈벡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이 6일(한국시각) 원정에서 열린다.

경우의 수는 더 복잡해졌다. 한국(2위·승점 14·골득실 +1)과 우즈벡(4위·승점 12·골득실 -1)이 주춤하는사이 시리아가 3위(승점 12·골득실 +1)로 치고 올라왔다.

한국이 우즈벡을 꺾으면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지만 패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 직행 티켓이 사라진다. 비길 경우 우즈벡은 넘을 수 있지만 시리아는 또 다르다. 최종전에서 이란과 만나는 시리아가 승리하면 2위는 시리아의 몫이다. 최종예선에서는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정체성의 회복이다. 이란을 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치는 상기됐고, 선수들의 얼굴도 경직돼 있었다. 적절한 긴장은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날이 그랬다. 지나친 긴장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제는 모 아니면 도다. 원정은 홈에 비해 3~4배 더 힘들다. 월드컵 진출 여부를 떠나 한국다운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다운 경기는 투혼과 열정이 90분내내 숨을 쉬어야 가능하다.

아울러 신 감독도 더 이상 이름값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파는 이제 갓 시즌을 시작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신태용호는 1일 결전지인 우즈벡으로 출국한다.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 허정무 전 감독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이젠 '배수진'도 모자란다. '파부침주'의 더 절박한 자세가 요구된다.

위기의 한국 축구..., 마지막 전장에서 기사회생 하기를 염원한다. 동시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모두가 옷 벗을 각오를 해야한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