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4개월'만의 원정승! 울산은 '1강'전북을 어떻게 이겼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8-07 07:24



"울산이 전주성에서 이긴 것은 참 오랜만이다."(김도훈 울산 감독) "울산이 전북 원정에서 7~8년간 승리가 없었다고 들었다."(울산 이종호)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원정팀' 울산이 전북을 1대0으로 이겼다. 후반 29분, 지난해 전북에서 뛰었던 골잡이 이종호의 짜릿한 결승골이 터졌다.

승리 후 인터뷰에서 김도훈 울산 감독도, '호랑이 발톱' 이종호도 이구동성 '전주성 승리'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이 승리는 값지다. 울산이 전북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2010년 4월24일, 2대1 승리 이후 무려 7년4개월만이다.




지난달 8일 전북-울산전은 리그 1-2위, 현대가 더비로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예상외로 싱거웠다. 전북이 울산에 4대0, 가볍게 완승을 거뒀다.

대패 후 전주에서 울산으로 돌아가는 길은 쓰라렸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주에서 울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고 떠올렸다. 울산을 대표하는 '호랑이 발톱' 이종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난 전북전에서 0대4로 지고 버스로 내려가면서 골 장면을 봤다. (김)신욱이형이 골을 넣고나서 울산 팬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봤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그 생각을 많이 했다. 울산 팬분들 앞에서 골을 넣어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울산이 전주성에서 7년 4개월만에 승리한 힘은 '혁신'과 '분투'였다. 이날 울산의 라인업은 한달전과 전혀 달랐다. 과감한 결정이었다. 4-1-4-1 포메이션에서 김성환 박용우를 2선으로 끌어올리며 정재용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내세워 중원을 장악했다. 올여름 영입한 '미지의 장신 공격수' 1m91의 수보티치를 첫 선발로 내세웠다. 이종호, 김인성 등 빠르고 파워풀한 공격수들을 후반에 대기 시키는 '반전 스쿼드'로 변화를 꾀했다. 최강희 감독은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처음 본다" "수보티치는 아직 어떤 선수인지 모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전북의 라인업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에두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이동국-김신욱의 원톱, 투톱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전북은 지난달 23일 서울전(2대1승)에서 '변형 투톱'으로 재미를 봤다. 이동국 아래 내려선 김신욱이 엄청난 활동량으로 '닥공'을 위해 헌신했다. 반전 스쿼드로 복수혈전을 준비한 김도훈 감독은 "역습 운영이 잘 되기 때문에 더위 속 한발 더 뛰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드필드 전쟁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같다"고 했다. 경기전 전북의 K리그 클래식 100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감독은 '울산의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500승을 한 팀이다."

미드필드에서 김 감독이 성남시절 부터 믿고 쓰는 '터프가이' 김성환이 분투했다. 측면에선 오르샤가 쉴새없이 치고 달리며 전북 수비라인을 교란했다. 첫 선발로 나선 수보티치는 강한 피지컬과 신장에 비해 빠른 발을 갖췄다. 박스안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혁신적인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후반 아껴둔 이종호가 기어이 결승골을 밀어넣으며 '호랑이발톱'을 세웠다. 울산이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김성환이 오랜만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정재용 박용우와 함께 잘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갖고 갔다. 김성환은을 성남때부터 알아서 적극적으로 믿었다. 골 먹지 않는다면 시간을 많이 주려고 했다. 수보티치도 잘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이종호가 호랑이발톱을 세워줄 거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기대는 있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결승골 넣을 줄 몰랐다. 축하한다"며 기쁨을 표했다. 이종호 역시 '친정' 전주성에서 주체할 수 없었던 '호랑이발톱' 세리머니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북에 올 때는 좀더 마음가짐을 강하게 먹게 된다. 지난번엔 준비를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참혹한 대패를 했다.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시즌 이적하면서 울산 문수구장에서 전북 상대로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하겠지만 전주성에서 골을 넣으면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좀 감정에 취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나왔다."

김 감독은 울산 현대의 자부심을 다시 노래했다. "경기전에 전북 현대가 100승 도전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오늘 501승을 했다. 그것도 전북 현대를 상대로 원정에서 501승을 했다."

0대4 완패를 1대0 승리로 돌려놓은 날, 김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웃겠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웃겠다. 지난달에는 힘들게 돌아갔는,데 오늘은 기분좋게 돌아갈 것같다. 오늘만 웃고 9일 FA컵 상주전을 잘 준비하겠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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