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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7월, K리그 선수들에게 마치 '청량음료'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신태용 A대표팀 감독(47)이다. 소위 '여우'가 떴다 하면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내는 모습이다. 골도 많이 터지고 경기가 재미있어 진다.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팀 승리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지만 대표팀 발탁이라는 동기부여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명의 핵심멤버를 제외하고 해외파는 영역을 넓혀보면 아시아권에 국한된다. A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원들은 모두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다. 중국파 중에선 최근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부상에서 돌아온 뒤 빠르게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더 이상 뽑을 자원이 없다. 중동에서도 남태희(레퀴야) 정도만 합류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자리는 K리거들이 채우게 된다. 세 명의 골키퍼를 빼고 2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K리거가 60% 이상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그간 해외파 위주로 운영되던 상황에서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교체멤버로 활용되던 K리거들이 이젠 주연으로 우뚝설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신태용호 승선 여부는 오로지 실력만이 기준이 될 전망이다. 나이도 파괴했다. 나이에 대한 언급 자체가 K리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해외파는 서른이 넘은 선수들이 없다. 그러나 K리그에는 서른이 넘어도 젊은 선수들보다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라이언 킹' 이동국(38·전북)을 비롯해 '염긱스' 염기훈(34·수원)와 '부활한 축구천재' 양동현(31·포항) 이근호(32·강원) 등이다. 나이 제한을 없앴다고 하더라도 발탁 실패로 이어진다면 결국 신 감독이 책임 지게 된다. 때문에 젊은 선수들도 그렇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더블 체크'가 필수다. 신 감독은 "'이 선수가 어떻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한 경기 만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이유다.
'해외파→K리거'로의 지갗동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팀. 신 감독 구상의 밑그림이 서서히 완성을 향해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