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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4대0으로 이기고도 혼났다."
"선수들은 그날 4대0으로 이기고도 혼났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후반 25분 김신욱의 프리킥골로 4-0으로 앞서나간 이후, 마지막 15분의 경기 내용을 주목했다. "안방에서 마지막 15분을 '루즈'하게 했다"는 것이다. "끝까지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4대0으로 이기고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여 5골, 6골 계속 넣는다. 상대에겐 가혹할 수 있지만, 돈 내고 온 팬들에게 보여줄 걸 모두 다 보여준다. 우리 선수들이 돈을 받는 목적, 팬들이 경기장에 오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휘슬까지 한발 더 뛰고, 한 골 더 넣는 뜨거운 '닥공'을 독려했다.
최 감독의 이유 있는 욕심은 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키운다. 전북은 올시즌 선수들의 변화 속에도 여전히 리그 최강의 '백포'를 구축하고 있다. 김진수-김민재-이재성-최철순의 포백라인은 단단하다. 4명 중 3명이 국가대표 출신이고, '괴물 신인' 김민재는 어리지만 끊임없이 태극마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멤버 그대로 국가대표에 발탁돼도 손색 없을 것'이라는 제안도 흘러나온다.
특히 최 감독의 현역 시절 같은 포지션인 '풀백' 김진수를 향한 조언과 함께 애정을 드러냈다. "(김)진수는 지금 보여주는 것보다 가진 것이 더 많다. 세밀성을 더 보완해야 한다. 압박을 빠져나올 때의 세밀함, 공간이 나면 빨리 치고만 나가려고 하기보다, 패스를 주고 빈몸으로 나가는 식의 섬세함이 필요하다. 프로에서는 따로 섬세함을 가르쳐주지 않는데, 전북에 잘 왔다."
제주전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김민재의 자리를 지킬 '센터백' 임종은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이재성-김민재가 잘해서 그동안 못나갔다. 이럴 때 자기 몫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임종은은 키가 1m 93인데 자세가 낮고 안정적이다. 장신이라 헤딩도 잘하고, 제공권도 좋다. 발도 느리지 않다"고 칭찬했다. 김진수와 마찬가지로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임)종은이는 착해서 혼난다. 경기장에서 더 근성 있고 더 독해야 한다. 물러서거나 돌아서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종은이는 늘 준비를 잘하고 있다. 능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이 기회를 통해 존재 이유를 알려야 한다."
'1강' 전북의 힘은 만족을 모르는 '닥공' 감독과 그의 뜻을 마음으로 따르는 주전들의 헌신에서 나온다. 최 감독은 매경기 최전방 포지션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간판 공격수 김신욱, 이동국을 비롯한 선수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울산전에서 김신욱은 프리킥 골도 좋았지만, 두번째 로페즈 골도 절반은 신욱이가 한 것이다. 늘 준비가 잘돼 있는데 이동국, 에두가 있어서…. 출전시간으로 보면 8골이 적지 않다. 틈틈이 영양가 있게 꾸준히 넣어주고 있다."
3명의 공격수 중 누가 나오든 연속골, 멀티골, 쐐기골을 넣으며 기어이 '닥공'의 미션을 완수한다. 모두에게 90분을 주지 못해 늘 고민하는 감독은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미안하다. "김신욱을 보면 이동국을 보는 것같이 똑같이 미안하다. 올해 (김)신욱이, (이)동국이, 에두 다 힘들다. 그런데도 항상 경기장 안에서 싸워줘서 고맙다. 동국이도 그렇고… 미안하고 고맙다. 이 선수들의 솔선수범 덕분에 팀이 잘된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전북의 힘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