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박진감 만점의 빅뱅...근심많은 축구계 희망이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6-18 20:24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경기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윤일록이 후반 2대1로 앞서가는 재역전골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6.18/



'슈퍼매치가 희망이다.'

최근 우울한 소시간 가득했던 한국축구에 청량음료같은 한판 승부였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로 펼쳐진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시즌 2차전. 서울이 하대성의 복귀골과 윤일록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통산 81번째 맞대결 29승20무32패로 서울의 열세가 좁혀졌고, 승점-다득점 동률에 이어 골득실차에서 앞서 수원과의 순위싸움서도 이겼다.

이날 승패를 떠나 2만140명의 관중이 운집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현장은 근심을 털어낸 축제의 장이었다. 최근 축구계는 A대표팀 경질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축구팬들도 축구때문에 웃을 날이 없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K리그라 주변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서정원(수원)-황선홍(서울) 두 팀 감독이 경기 전 "최근 한국축구에 우울한 뉴스가 많았는데 슈퍼매치에서 좋은 경기를 선보여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다짐한 대로 슈퍼매치다운 경기였다.

전장을 방불케 하는 선의의 자존심 충돌이 보는 이를 흥분케 했고, 다음 슈퍼매치때 다시 회자될 만한 스토리도 풍성했다. 올시즌 평균 9000여명에 불과했던 수원에도 최다 관중이 모여 열기를 북돋웠다. 축구장에서만큼은 근심 따위는 없었다.

수원 '반갑다! 홈경기' vs 서울 '모험과 믿음'

경기 전 양팀 사령탑은 라이벌 매치인 만큼 필승을 외쳤다. 접근 방식은 달랐다. 서정원 감독은 관중몰이 성지였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관중이 최근 들어 감소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반드시 화끈한 경기로 팬을 즐겁게 하고 떠난 발길을 다시 불러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은 이날 20세 이하 월드컵 일정 등으로 인해 40여일 만에 홈경기를 가졌다. 오랜 만에 맞은 홈경기, 그것도 슈퍼매치에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팬 서비스라는 것. 그러면서 서 감독이 선택한 방법론은 채찍이었다. 휴식기 동안 FA컵 16강전 승리하고 분위기 좀 탔다고 해서 느슨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보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서울 선수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단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경기에 임하라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모험을 택했다. 이날 포백 카드를 내민 그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공격 숫자를 늘려서 필승하기 위해 안정보다 모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모험으로 인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처방은 '믿음'이었다. 오랜 부상에서 복귀한 하대성이 경기력은 미지수지만 중원 역할을 믿는다고 했고, 시즌 4경기째 출전한 골키퍼 양한빈에 대해서는 "선발 엔트리 짤 때 가장 고민했지만 그간 준비해온 걸 믿는다"고 전했다. A대표팀 차출 이후 다소 위축된 주장 곽태휘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건 무기만 안 들었지…'


"미드필드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는 양팀 감독의 말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고의 라이벌전답게 초반부터 거세게 충돌했다. 이날 첫 슈팅은 전반 25분이 돼서야 고승범의 발에서 나왔다. 슈팅 시간이 늦었다고 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감독의 예언(?)대로 문전 접근과 중원에서의 패스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부딪히고, 태클하고, 넘어뜨렸다. 초반에 수원이 당하는가 싶더니 서울도 수원의 거친 저지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보기 드문 동시 경고도 나왔다. 27분 데얀이 센터서클 주변에서 측면으로 공을 빼준 뒤 곽광선의 거친 태클이 들어갔다. 이어 측면의 장호익이 걷어내려는 사이 김치우가 태클로 응수했다. 주심은 먼저 파울당한 데얀의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서울 프리킥을 선언했지만 곽광선 김치우 모두에게 경고장을 빼들었다. 전반에만 나온 옐로카드는 무려 5개(전-후반 총6개). 수많은 충돌 과정에서 보복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양팀 응원단의 흥분지수를 높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슈퍼매치이기에 이해할 만한 풍경이다.

이번에도 스토리 골이 장식했다.

스토리가 있는 슈퍼매치 그래서 더 즐겁다. 3월 5일 개막전으로 치른 1차 슈퍼매치에서는 수원에서 나가고(이상호), 들어간(김민우) 선수가 장군멍군 골을 넣어 화제가 됐다. 이날 2차전에서는 절치부심했던 이가 벌떡 일어섰다. 전반 32분 선제 헤딩골을 넣은 하대성은 오랜 부상 끝에 첫 선발 출전했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복귀했지만 아파서 뭘 보여줄 기회가 없던 탓에 '칼'만 갈아왔다. 그랬던 그가 부상 복귀 후 첫 출전에서 "중요 역할을 믿고 맡긴다"는 황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부응했다. 2분 뒤 그림같은 동점골을 넣은 조나탄도 슈퍼매치를 특히 벼르고 별렀다. 1차전 때 추가골 기회를 연거푸 날리는 바람에 승리를 날린 원흉으로 꼽혔다. 서 감독도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떠올리며 "조나탄이 최근 상승세인 만큼 이번엔 뭔가 보여줄 것"이라고 믿었다. 조나탄 역시 이날 자신에게 찾아온 첫 득점 기회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뛰어난 스피드와 개인기로 마무리했다. 후반 21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윤일록은 2가지 아쉬움을 털었다. 생일을 이틀 앞두고 맞은 1차전때 이상호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게다가 서울의 특급 용병이던 아드리아노가 떠난 이후 배번 11번을 물려받고도 올시즌 골이 없던 아쉬움도 털었다. 3개월 만에 부상 복귀한 서울 수비수 이규로 역시 두 골 모두 어시스트를 하며 '내가 왔소!'를 과시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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