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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레알 vs 유베' 못지 않았던 입장권 구매 그 현장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6-05 07:41


사진제공=김동민씨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영국 카디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유럽 최고 왕좌의 주인공을 가리는 경기는 치열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가 주인공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3일 영국 카디프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4대1로 승리했다. 팀 통산 12번째 UCL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의 경쟁 못지 않은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전장은 경기장 바깥이었다. 주제는 입장권. UCL결승전을 앞두고 펼쳐진 암표 전쟁을 정리했다.


카디프로 가는 차 안에서 티켓 재판매 사이트 상황을 검색하고 있다. 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마지노선은 2000파운드

결승전 시작 8시간 45분전. 영국 런던 지하철 로얄 오크역 앞. 네 명의 한국 사나이들이 모였다. 직업과 나이는 달랐다. 공통점은 하나. 카디프에서 열리는 UCL결승전을 보러간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 시점에서 각자의 상황에는 차이가 있었다. 두 명은 입장권이 없었다. 김동민씨(40세)와 강민환씨(29세)였다. 오진환씨(29세)는 입장권을 이미 구매한 상태였다.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거금을 들여 구매했다. 금액 공개를 꺼렸다. 다만 얼마전 발표된 3월 근로자 평균 월급의 반정도라는 것만 밝힌다. 나머지 한 명은 필자다. 취재증을 받은 상태였다.

네 명은 렌트한 차에 올랐다. 맏형 김씨가 운전대를 잡고 카디프로 향했다. 그 사이 나머지 사람들은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 계속 접속했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체크했다. 대부분 2100파운드에서 2500파운드 선이었다. 우리 돈으로 303만원에서 361만원 사이였다.

김씨와 강씨는 주저한 것을 계속 아쉬워했다. 불과 일주일전만 하더라도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경기 입장권은 1000파운드(약 144만원) 선이었다. 특히 22일 맨체스터에서 테러가 터지고 난 뒤에는 갑자기 가격이 확 내려갔다. 매물이 쏟아졌다. 700파운드 선까지 폭락했다. 둘은 주저했다. 조금만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거품이 됐다. 입장권 가격은 다시 올라갔다. 경기 전날까지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결국 경기장 앞에서 맞부딪히기로 했다.

일단 카디프로 가는 길에서 티켓 재판매 사이트 내 입장권 가격 마지노선은 2000파운드로 정했다. 2000파운드가 되면 앞뒤 볼 거 없이 사기로 했다. 입장권을 산 뒤 나머지 시간은 속편하게 즐기기로 한 것. 그러나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올라가기만 할 뿐이었다.
입장권 구매에 나서고 있는 팬들.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영국 카디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I need a ticket

4시간 30여분이 걸려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 앞에 도착했다. 차량 통제로 카디프 사우스베이에 차를 댔다. 그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밀레니엄센터로 왔다. 그곳에서 30여분을 걸어서 경기장 앞에 도착했다. 경기 시작 3시간 30분전이었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노래를 부르고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몇몇 사람들이 들고 있던 피켓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 니드어 티켓(I need a tictket). 입장권이 필요하단다. 꽤 많은 사람들이었다.

김씨도 피켓을 급히 만들었다. 그리고 손에 든채 거리를 돌아다녔다. 입질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접근해왔다. "아이 해브 어 티켓(I have a ticket)." 눈치 싸움의 시작이었다.


"얼마냐"고 물었다.

"1500파운드."

비싸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게 가장 싼 가격이란다. 알았다면서 다시 'I need a ticket' 피켓을 들었다.

"원 사우전드 파운드."

순식간에 500파운드를 내렸다. 더 이상은 안된단다.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뭔가 엉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심쩍었다. 경기장 입장 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1시간 30분 뒤인 5시란다. 그럼 5시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 때는 가격이 더 올라가 있을거란다. 상관없다고 했다. 갑자기 왜 이러냐고 이유를 물었다.

"사실 큰 돈을 주는 것이다. 가짜 입장권일수도 있지 않느냐. 일단 5시에 나한테 입장권부터 넘겨달라. 돈은 내 친구에게 주겠다. 내 친구가 너와 같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입장하고 나면 메시지를 보내겠다. 그 때 돈을 받아라."

안된단다. 5시까지 기다릴 수 없단다. 지금 팔아야 한단다. 결렬됐다.


입장권 구하는 팬.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영국 카디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결전의 시간

일단 5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결승전 분위기를 한껏 느꼈다. 5시가 됐다. 다시 피켓을 펼쳤다. 또 다른 사람들이 접근했다. 가격은 1000파운드선으로 맞출 수 있었다.

다시 우리의 조건을 말했다. 돈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그 암표상과 함께 있는다. 그리고 티켓을 가지고 간 사람이 들어가면 진짜 입장권임이 증명된다. 그 때 메시지를 보낸다. 그럼 돈을 지불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주변에서 입장권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암표상들은 가짜표나 분실처리된 표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500파운드(약 72만원) 가량을 주고 입장권을 구입한 뒤 피해를 봤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렸다. 우리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다들 손사래를 쳤다. 대부분 자신이 없었다. 가짜 입장권이거나 분실 신고가 되어있는 입장권일 가능성이 있었다. 역시 결렬이었다

한 아저씨들이 다가왔다. 우리의 조건을 말했다. 쿨하게 승낙했다. 김씨가 먼저 입장권을 가지고 들어갔다. 강씨는 돈과 나머지 입장권 하나를 가지고 암표상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났다. 15분 정도 흘렀지만 김씨는 연락이 없었다. 이날 유럽축구연맹(UEFA)과 카디프 당국은 이날 보안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펜스를 쳤다. 우선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도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다시 한 번 입장권을 정식으로 확인했다. 육안으로 김씨가 잘 들어갔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메시지밖에 없었다.

암표상들은 빨리 돈을 달라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메시지가 와야한다고 버텼다. 5분 정도 더 지났다.

암표상들은 계속 채근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동양인 세 명이 입장권을 가지고 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아있는 우리 나름대로도 의논을 했다. 일단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경기장에 입장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메시지가 없는 것은 수만의 사람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메신저 메시지 하나 날리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입장권을 하나 더 받고 돈을 지불했다. 뭉터기돈이었다. 근처 ATM(자동현급지급기)에서 뽑았기 때문에 20파운드짜리 100장, 2000파운드였다. 암표상은 돈을 세지 않고 그대로 받고 뒤돌아 가버렸다. 주위에는 경찰들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소매치기들도 있었다. 그들도 빨리 사라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입장권 2장을 준 채 1장 가격만 받은 암표상들은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내셔널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영국 카디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
500파운드짜리 입장권

암표상들이 사라지자 돈을 건네준 강씨가 다급하게 말했다.

"앗! 저 돈 입장권 한 장 값이에요."

입장권 2장 값인 2000파운드가 아닌 1장 값 1000파운드라는 말이었다. 강씨는 만약을 대비해 1000파운드, 1000파운드씩 돈을 나눠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씩 주려고 했다. 그래서 먼저 김씨가 가지고 들어간 입장권 가격을 지불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머니에서 나머지 1000파운드 뭉칫돈을 건네려고 했다. 그런데 암표상들은 그냥 그 돈만 받고는 뒤돌아 가버린 것이다.

다시 찾아서 나머지 돈을 줄 방법도,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혹시 그들이 돈을 덜 받은 것을 알고 돌아와 해코지를 할까 두려웠다. 그대로 입장하기로 했다. 강씨와 오씨(이미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 미디어 출입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먼저 들어간 김씨가 보낸 메시지가 이제서야 도착했다.

'돈 줬어요? 입장권은 진짜였어요. 인터넷이 안터져서 메시지가 계속 안 갔어요.'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뜻밖의 횡재네요'라며 싱긋 웃는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다.

경기가 끝났다. 시상식도 즐겼다. 오후 12시가 다 된 시각 네 명은 다시 집결지로 모였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뒷얘기도 전했다.

김씨와 강씨는 함께 나란히 앉아 경기를 봤다. 그 앞에 그 암표상들이 있었단다. 그들도 팔고난 다음에 남은 표를 가지고 경기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이다. 암표상들과 김씨 강씨의 눈이 마주쳤다. 암표상들이 싱긋 웃더니 "헬로"라고 말했다. 서로 웃었다. 그리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다들 기본은 축구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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