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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이 리그에서 더 많이 뛰어야 한다. 아무리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도 경기에 뛰지 못하면 퇴보한다." 신태용 감독의 말이었다.
U-20 대표팀뿐만 아니다. U-16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프로 유스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선수들이었지만 정작 소속팀에서는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인 레벨이지만 지난해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올림픽대표팀 역시 선수들의 경기 감각 부재로 고생해야 했다.
사실 경기 출전이라는 것은 결국 실력의 문제다. 그라운드에 나이는 없다. 실력이 뛰어나다면 1학년이 3학년 대신 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이와 학년을 넘어 월반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다. 이번 U-20 대표팀을 보자. 21명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대학생 선수다. 이들 대부분이 1, 2학년이다. 3, 4학년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주전 자리를 얻기 쉽지 않다. 1, 2학년만이 뛸 수 있는 대회가 1년에 2차례 열리지만 경기수가 너무 적다. 형들과 경쟁할 실력이 아니라면 경기에 나설 수가 없다.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은 그 문이 더 좁다. K리그 소속의 7명 중 그나마 리그에서 뛴 선수는 한찬희(전남)와 임민혁(서울) 뿐이었다. 3년 아래의 U-16, 17 대표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주축인 중3, 고1 선수들이 진학이 걸려있는 고3 선수들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을 수 없다. 1년 내내 벤치에 있다가 갖고 있는 재능만으로 대표팀에 불려가서 시합을 해야 한다. 가장 많이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K리그 주니어리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U-18팀 외에 U-17팀에게도 문호를 넓혔다. R리그에서도 유스팀 선수들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단순히 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확대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그 경기의 수준이 높은지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연맹의 계획 역시 학제와 대한축구협회와의 이견차 등으로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이나 머니' 중국과 시스템이 갖춰진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축구에서 육성은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축구의 우수성을 이어주는 힘이자 100억짜리 선수를 키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시작은 판을 만들어주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메시든, 호날두든 재능은 어디까지나 재능일 뿐이다. 뛰지 못하는 선수는 선수가 아니다. 멈춰있는 선수들을 뛰게 해줘야 한국축구도 살아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