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표는 '최고'를 향하고 있다. 새 역사도 썼다. 기쁨과 흥분에 사로잡힐만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차분했다. 물론 시즌을 잘 치렀다는 기쁨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전히 부족하고 평가를 내렸다. 손흥민(토트넘) 본인이 직접 채점한 2016~2017시즌. 화두는 '채움'이었다.
손흥민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41경기에 나와 21골-6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8골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실력 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차범근 U-20 월드컵 코리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뛰며 세웠던 한국인 유럽리그 단일시즌 최다골 기록도 새로 썼다. 차 부위원장의 기록은 19골이었다.
한편 손흥민은 잉글랜드 무대 통산 29골로 박지성이 보유한 한국인 잉글랜드 무대 통산 최다골 기록(28골)도 갈아치웠다. 팀내 득점에서도 해리 케인(32골)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랐다. 알리가 손흥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인상적인 활약 덕분에 영국 내 인기도 수직상승 했다. 이날 경기 전 토트넘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잉글랜드 대표인 케인이나 알리가 버스에서 내릴 때 팬들의 함성은 요란했다. 손흥민이 내릴 때도 함성 소리는 이에 못지 않았다. 실력과 인기를 갖췄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부족함부터 언급했다. 그는 "많은 것을 이룬 시즌이기는 하다. 이달의 선수상도 두 번(9월, 4월)이나 받았다. 기록도 많이 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많이 부족한 시즌"이라고 못박았다. 이유가 있었다. 꾸준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손흥민은 뜨거웠다. 5골을 넣으며 9월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0월부터 주춤했다.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여기에 12월과 1월 들어 토트넘이 스리백을 들고 나오면서 제대로 선발로 나서지도 못했다. '잃어버린 겨울'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손흥민은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며 "그 시기 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더라면 더 완벽한 시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손흥민은 채움을 이야기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언제나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에는 항상 내가 뛴 영상을 본다"고 말한 그는 "쉬는 시간에도 영상을 계속 돌려본다. 공부할 것들이 있나 싶어서 계속 체크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서 좋아졌다. 영상들을 보면서 어떻게 플레이를 할 지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많이 좋아지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발전을 위한 의지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제 손흥민은 2017~2018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목표는 확실하다. 그는 "다음 시즌은 당연히 더 잘해야 한다"면서 "기록을 깨라고 있는 것이다. 골기록을 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항상 만족이란 없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였다. 손흥민은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하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싶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승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손흥민은 "시즌이 길다. 선수들이 다들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은 우리팀이 정말 잘했다. 지난 시즌보다 승점도 많고 득실도 좋았다. 그럼에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축구라는 것이 신기하다. 다음 시즌에는 선수들과 스태프들, 팬들이 모두 트로피를 원한다.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킹스턴어폰헐(영국)=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