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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에게 유럽챔피언스리그(UCL)는 클럽을 지탱시키는 힘이었다.
알려진대로 아스널은 2006년 하이버리에서 에미리트 스타디움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쓰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간 합리적인 투자를 했는지 여부에는 논란이 있지만, 아스널이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데에는 UCL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UCL은 돈 잔치다. UCL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최소 5000만파운드를 보장한다. 이는 아스널 재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선수 영입에서도 메리트가 있었다. 엄청난 연봉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선수들 입장에서 아스널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기회를 줄 수 있는 구단이었다. 이는 중위권, 혹은 하부리그의 에이스를 데려오는데 꽤 큰 매력이었다.
아스널이 4위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아스널은 1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알렉시스 산체스의 2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72점을 확보한 5위 아스널은 4위 리버풀(승점 73점)에 승점 1점차로 따라붙었다. 최종 38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4위 확보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아스널은 시즌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변화에 인색한 벵거 감독은 스리백이라는 깜짝 카드를 도입하며 팀을 바꿨다. 아스널 특유의 스타일은 사라졌지만, 전술 변화 후 6승1패다. 팀의 축이었던 산체스와 메주트 외질의 공존 문제도 해결했다. 이날 선덜랜드전에서 산체스는 2골을 넣었고, 외질은 무려 12번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쉽지 않다. UCL 진출권 팀 중 가장 험난한 대진이다. 3위 맨시티(승점 75)는 16위 왓포드와 원정경기를, 4위 리버풀은 홈에서 최하위 미들즈브러를 만난다. 왓포드와 미들즈브러 모두 동기부여가 약한데다, 전력차가 크다. 하지만 아스널은 7위 에버턴과 격돌한다. 아스널은 지난해 12월 에버턴과의 첫번째 맞대결에서도 1대2로 패한 바 있다. 에버턴은 현재 득점선두인 로멜루 루카쿠(24골)의 득점왕 여부도 달려 있어 득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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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이 4위 진입에 실패할 경우 후유증은 상상하기 어렵다. 일단 재계약에 난항을 보이고 있는 산체스와 외질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는 지금 아스널이 보유한 월드클래스이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이'한 선수다. 이들이 쉽게 재계약에 서명하지 않는 것은 금전적인 이유가 크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스널의 야심 부족이다. 우승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UCL까지 진출하지 못할 경우 산체스와 외질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 산체스는 가뜩이나 욕심이 많은 선수다.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빅토르 베예린,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등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가장 큰 후유증은 역시 벵거 감독의 거취다. 선덜랜드전, 에미리트 스타디움 군데군데 빈좌석이 보였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지만 팬들은 힘을 실어주기 보다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벵거 감독 퇴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만약 4위에 실패할 경우, 그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벵거 감독을 지지해온 팬들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UCL 진출 실패 시 적자가 커질 것이라는데 있다. 아스널 운영진 입장에서는 UCL 진출시 보다 실패시 벵거 감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벵거 감독은 적은 금액으로 스쿼드를 유지하는데 최적화된 인물이다. 팬들과 운영진의 상반된 의견은 엄청난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누가 이겨도 상처밖에 남지 않을 갈등이다.
과연 아스널은 4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 라운드에 그 답이 나온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