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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파워스타디움(영국 레스터)=조성준 통신원]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3만여 팬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을 향해 다들 기립박수를 보냈다. 선수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경기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다들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모두가 승자였다. 레스터시티의 유럽 동화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는 구단 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으로서 유럽 최고의 팀들과 겨뤘다. 조별리그에서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였다. 추첨운도 따랐다. 비교적 손쉬운 상대와 한 조에 속했다. FC포르투, 코펜하겐, 클럽 브뤼헤와 한조에 속했다. 6경기에서 4승1무1패를 기록했다. 조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 상대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팀인 세비야였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1대2로 졌다. 2차전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3대2로 8강에 올랐다.
이날 2차전에서도 레스터시티 팬들은 역전을 기대했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결과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1골만 먼저 넣는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레스터시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팬들은 관중석에서 90분을 뛰고 또 뛰었다.
전반 21분 오카자키 신지의 슈팅이 나오자 경기장은 끓어올랐다. 금방이라도 골이 나올 것 같았다. 전반 26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사울 니게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내 레스터시티 팬들은 힘을 냈다. 사울 니게스의 세리머니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은 "컴온 레스터!"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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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는 더 이상의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에 계속 가로막혔다. 후반 35분 이후 레스터시티팬들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홈팬들의 함성은 작아져만 갔다. 그와 반대로 원정팬들의 환호는 계속 됐다. 후반 45분 레스터시티는 코너킥을 시도했다. 홈팬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 잘 막아냈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은 자신들의 팬들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응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추가시간이 됐다. 잠잠했던 레스터시티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수를 쳤다. 그동안 잘 싸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경기는 마무리됐다.
경기 후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레스터시티 감독은 "오늘 보여준 경기력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UCL에 돌아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레스터시티의 유럽 동화 집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