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K리그? 'GK 대결'은 박 터진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4-19 00:54


광주의 골키퍼 윤보상.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초반 '수문장 대결'이 치열하다.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도 벌써 6라운드까지 진행됐다. 지난 시즌보단 열기가 뜨겁지 않다. 골이 줄었다. '재미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시즌 6라운드까지 총 85골이 나왔다. 지난 시즌엔 같은 기간 94골을 터졌다. 지난해 골득실보다 다득점을 순위 산정 우선 순위에 두며 공격 축구를 유도했지만, 2년차를 맞아 더 웅크린 모양새다. 공격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실제 골 수가 줄었으니 마땅히 반박할 근거도 없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잘 못 넣는건 잘 막기 때문은 아닐까.

도드라지는 시즌 초반 골키퍼들의 맹활약, 득점 감소와는 전혀 무관한걸까. 올 시즌에는 유독 수문장들의 '선방쇼'가 자주 연출된다. 들어가겠다 싶은 슈팅들을 척척 막아낸다. "저걸 막아?" 매 경기 수 차례 드는 경외심이다.

박 터지는 골키퍼 대결, 윤보상(24·광주)이 단연 돋보인다. 1m84로 골키퍼 치곤 작은 신장이지만 반사신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동작도 소용없다. 마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문을 사수한다. 웬만해선 윤보상의 벽을 넘기 힘들다. 광주가 지금까지 내준 6실점 중 윤보상이 허용한 건 5골이다. 이 중 필드골 실점은 단 1골에 불과하다. 3실점이 페널티킥, 1골이 세트피스 실점이다.

키가 작아 제공권은 약점이지만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위치선정과 점프가 좋고 캐칭도 안정적이다. 하루 500회 이상 연습으로 다져진 킥도 강점이다. 올 시즌 들어 최후방 빌드업 능력까지 장착해 '완전체 골키퍼'로 성장중인 그의 나이는 불과 24세다.


포항의 골문을 사수하고 있는 수문장 강현무.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의 강현무(22)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m85로 역시 큰 키는 아니다. 그러나 빠르고 대담하다. 19세의 나이로 2015년 포항에 입단해 올해로 프로 3년차지만, 그간 출전이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5경기에 나서며 입지를 다졌다. '미친 선방'으로 일군 반전이다.

15일 대구전 2대1 승리는 사실상 강현무가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죄다 막아냈다. 연이은 슈팅을 모조리 쳐냈고, 공중볼도 허용하지 않았다. 나이도 어리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재목이다.


클래식 무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구의 조현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조현우(26·대구)도 빼놓을 수 없다. 조현우는 대구의 '승격 공신'이다. 눈이 좋고 반응이 빠르다. 공이 상대 공격수 발을 떠나는 순간 조현우는 방향을 읽는다. 타고난 감각이다. 판단력도 뛰어나 수비 라인 조율도 잘 한다. 조현우가 있기에 대구는 개성 넘치는 공격적 스리백을 가동할 수 있다. 2015년 11월엔 챌린지(2부 리그) 선수로는 유일하게 A대표팀에 승선했던 조현우. 클래식 무대에서도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상주의 오승훈도 물 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돌풍을 주고 하고 있다. 이범영(강원)도 눈에 띈다. 이범영은 올 시즌 5경기 출전해 두 차례 MOM(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선방은 기본,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팀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다소 잠잠한 K리그, 하지만 골대 앞은 뜨겁다. 최후방 골키퍼의 선방 대결이 K리그의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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