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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여주 솔모로에서 진행된 축구인 골프대회.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어이구! 이게 얼마만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어?" 클럽 하우스는 '반가움'으로 가득 찼다.
또 인연이 닿았다. 2005년 성남에서 만났다. 마음이 잘 맞은 둘은 종종 골프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하지만 김 코치가 2009년 전북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만날 기회가 줄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여섯살 차이 선후배. 1번 홀 티오프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김 감독이 "김 코치의 골프 실력이 상당하다. 축구 공부 할 시간에 골프 연습을 했던 모양"이라고 하자, 김 코치는 "김 감독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응수했다.
두 남자의 '장외설전'은 골프 대결보다 흥미진진했다. 김 감독이 호쾌한 장타로 그린에 근접한 뒤 "김 코치가 있어서 그런가 공이 잘 맞네"라고 하자, 김 코치는 "첫 끝발은 뭐다?"라고 받아 쳤다.
초반 분위기는 김 감독 쪽으로 흘렀다. 샷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자 김 코치는 "아! 카메라!"라고 애꿎은 취재진을 탓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그런 김 코치 옆을 슬쩍 지나가며 "굿샷"이라고 읊조렸다. 김 코치는 '세모꼴' 눈을 뜨고 김 감독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잘 풀리지 않던 김 코치가 "아~ 오늘 빈 손으로 가겠네"라며 한탄하자, 김 감독은 "너 올 때도 그냥 빈 손으로 왔잖아"라며 핀잔을 줬다.
3번 홀까지 연속 파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던 김 감독. 또 김 코치를 꼬집었다. 김 감독은 "김 코치가 축구를 빨리 그만두고 골프했으면 세계적인 골퍼가 됐을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했다. 김 코치에겐 진심을 가장한 조롱으로 들렸다. 김 코치는 "갑자기 왜 그러시나. 이건 날 띄어주는 게 아니라 먹이는 것"이라며 취재진에게 "이거 나 먹이는거죠?"라고 하며 재차 확인했다.
같은 조에 있던 김석현 인천 단장은 "선수들과 함께 하려니 힘이 든다"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저렇게 신경전도 하는 거 보니 선수는 선수"라며 웃었다. 정성천 여자 대표팀 코치도 "실력도 좋은데 입담도 만만치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