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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63)은 스스로 외로움을 택하는 스타일이다. 피지컬 트레이닝이라는 확실한 역할을 담당하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를 제외하고 국내 코치들에게는 큰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A대표팀의 전체적인 훈련을 자신이 틀어쥐고 진행한다.
물론 감독이 보유한 노하우대로 훈련을 하는 건 맞지만 지략이 부족해 보인다는 목소리가 높다. 태극전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큰 틀에서 얘기를 할 뿐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세부 전술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코치진의 경험 미약은 그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준비과정이 소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래서 중국 삼국시대에 유비를 도와 촉한을 건설하는데 앞장선 제갈량 같은 수석코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조언해 외국인 수석코치를 구하려는 노력도 하긴 했다. 지난 2월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6차전을 앞두고 펼쳐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마저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패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독일과 스위스 출신 코치 후보를 받고 협상을 펼쳤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걸림돌이었다. 올해 3월부터 내년 월드컵 종료까지 한시적인 계약기간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두 명의 후보 코치들은 이미 프로 팀에 소속된 지도자들이었다. 연봉 등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후보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국내 코치로 선회하다보니 '감독 경험이 많지 않은'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놓은 슈틸리케 감독의 요구 때문에 설 코치가 최적의 대안이 됐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모든게 바뀌어야 하는 총체적 난국임이 증명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무조건 경험 많은 국내 수석코치와 협업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코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을 도왔던 정해성 코치 등이 좋은 예다. 위기의 상황에서 전술적으로 조언을 얻을 수 있고 국내 선수들과 감독 간 교량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줄 수 있는 수석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물망에 오른 카드는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다. 현 슈틸리케호에 정 코치와 대표팀에서 생활했던 선수들이 있는데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협회 위원장을 내려놓은 뒤 해외로 건너가 축구 공부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