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보좌한 정해성 감독, '경륜X소통'수석코치 1순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4-04 01:19


◇2002년 한일월드컵 히딩크호 코치 시절의 정해성 전 심판위원장.  스포츠조선DB

울리 슈틸리케 감독(63)의 유임이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제2차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열고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공식 발표했다. '2년 7개월' 역대 최장수 A대표팀 사령탑이 논란 끝에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기술위 내부에서도 경질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연히 있었다. 그러나 '용빼는' 대안이 없다면 경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했다.

카타르(6월13일, 원정), 이란(8월31일, 홈), 우즈베키스탄(9월5일, 원정) 등 남은 최종예선 3경기는 매경기가 살얼음판이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3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유능하고 맷집 좋은 '시한부 감독'을 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직에 있는 '대세' 외국인 감독들은 시즌중 영입이 쉽지 않다. 본선행 티켓을 획득한 이후라면 모를까, 안정된 '꽃길' 대신 불확실한 미래에 인생을 걸 지도자는 많지 않다. 앞길 창창한 젊은 국내 감독들 역시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 생각이 없다. 대안 부재속에 '슈틸리케 재신임'을 결의했지만, 변화의 필요성과 요구는 여전히 상존한다.

유임을 결정한 이상 전폭적인 지원은 당연히 뒤따라야한다. 한국축구를 위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6월 13일 카타르전을 앞두고 조기소집을 논의중이다. 6월8일 이라크과의 평가전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최측근 보좌진의 변화, 특히 유능한 수석코치의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날 기술위원회에서도 슈틸리케호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인 수석코치에 대한 논의도 폭넓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거론된 소통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현재 설기현 코치(성균관대 감독),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역할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 팀이 어려울 때 '원팀 정신'을 묶어내고, 때론 감독에게 서슴없이 직언도 할 수 있는, 경륜 있는 수석코치나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A대표팀 수석 코치 시절 박지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해성 감독.  사진=스포츠조선 DB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정해성 감독이 차두리와 훈련중 장난을 치고 있다. 당시 대표팀 막내로 함께 훈련하던 구자철의 모습도 눈에 띈다.  사진=스포츠조선 DB
1순위로 A대표팀 수석코치를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역임한 정해성 전 전남드래곤즈 감독이 손꼽힌다. 슈틸리케호 지도자 중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본선 무대를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 정 전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의 역사를 함께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은 이후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수석코치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1998~2002년까지 A대표팀 코치로 일했다. 2004~2007년 부천 SK, 제주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역임했다. 2007~2010년 A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쳐 남아공 월드컵 16강 직후인 2010~2012년 전남드래곤즈 감독으로 활약했다. 설 코치, 차 분석관과도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기억이 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설기현 코치, 수비적인 부분에서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활약하는 가운데 정 전 위원장이 멘탈 코치 및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A대표팀 수석코치로서 정 전위원장만큼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는 드물다. 외국인 감독과 토종 감독을 모두 경험했다. 정 전 감독은 거스 히딩크, 허정무 전 A대표팀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로서 선수단을 성공적으로 묶어낸 경험이 있다. 월드컵 예선, 본선 무대를 가장 많이 경험했고, 수없는 위기와 실패도 겪어냈다. 감독에게 깍듯하되 , 필요한 경우 직언도 서슴지않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함께 뛰는 현장형 지도자다. A매치때마다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며, 잘나가는 스타플레이어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북돋우는 '어른'의 역할을 도맡았다. 큰 경기를 준비하는 법을 안다. 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지난한 과정을 두루 경험해본 지도자로서 외국인 감독과 소통하는 법, 국가대표 관리 노하우를 꿰뚫고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펩 과르디올라-티토 빌라노바 수석코치처럼 훌륭한 감독 곁에는 뛰어난 조력자가 있다. 유임을 결정한 만큼 슈틸리케 감독을 견제하고, 보좌할 유능한 수석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치 보강건은 슈틸리케 감독님과 추후에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위원들의 건의도 있었다. 감독에게 최대한 보탬이 될 수 있는 코칭스태프나 또다른 인원이 필요하다면 추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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