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3)이 결국 유임됐다. '2년 7개월' 역대 최장수 A대표팀 사령탑이 논란 끝에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제2차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열었다. 핵심 안건은 중국-시리아전 직후 논란이 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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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직후인 2014년 9월 24일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8경기 무실점 등을 기록하며 '갓틸리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러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지난해 이란 원정 이후 '슈팅영개'라는 혹평 속에 비난받았다. 월드컵 9회 연속, 통산 10번째 본선 진출의 최종 관문인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은 뼈아팠다. 감독 경질론이 불거졌다. 원정에서 단 한번도 속시원한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슈틸리케호는 3월 들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전(0대1 패), 7차전 시리아전(1대0 승)에서 또다시 최악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승패를 떠나 전술이 실종된 무기력한 경기 내용, 납득할 수 없는 선수 교체, 투혼이 사라진 그라운드에 축구팬들이 등을 돌렸다. 대표팀 내 소통의 문제도 번번이 지적됐다. 경질론이 힘을 얻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3경기를 앞두고 축구협회는 고심을 거듭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카타르(6월13일, 원정), 이란(8월31일, 홈) 우즈베키스탄(9월5일, 원정) 등 최종예선 3경기를 위해 외국인 감독을 '급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과거 최강희 전북 감독이 그러했듯 3경기용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설 국내 감독도 마땅치 않았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최종예선, 살 떨리는 상황에서 앞길 창창한 젊은 감독들도 저마다 몸을 사렸다.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등 주전들이 "이 시기에 누가 감독으로 와도 달라질 것이 없다.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고 자아비판하는 상황, 중요한 시기에 섣부른 변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2~3일의 빠듯한 소집훈련만으로 의도한 전술을 100% 펼치기에는 고충이 있었다는 점도 감안했다. '승률 72%', 최종예선 조2위의 현실 역시 경질 사유로는 합당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24일 부임 이후 37경기에서 27승4무6패, 승률 72.97%를 기록했다. 이 위원장 역시 "최근 한두 경기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부임 이후 아시안컵, 2차예선, 최종예선까지를 통틀어 평가했을 때 다시 신뢰를 주자는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차라리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유임하되,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 보강을 적극 검토중이다. 수차례 거론된 소통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한국적인 정서에서 선수단의 '원팀'정신을 하나로 묶어낼, 경륜 있는 수석코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거스 히딩크, 허정무 감독 아래서 A대표팀 수석코치를 가장 오래 역임한 정해성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코치 보강건은 감독님과 추후에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위원들도 이부분을 건의했다. 감독에게 최대한 보탬이 될 수 있는 코칭스태프나 또다른 인원이 필요하다면 추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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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논란속에 유임이 결정됐지만 한국축구의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슈틸리케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최종예선 3경기, 매경기가 '살얼음판'이다. A대표팀도, 슈틸리케 감독도 앞으로 매경기 마다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현 상황을 "한국축구의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한경기 한경기"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비상사태라는 말은 월드컵 진출 여부가 매경기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경기, 한경기 결과에 따라 어떤 일도 펼쳐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경기를 못하면 경질한다는 협박은 아니"라면서도 "다음 경기에 또다시 문제가 생기면?"이라는 질문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능성에 대한 준비는 할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결국 다시 공은 슈틸리케에게 돌아왔다. 협회는 '일단' 재신임과 함께 전폭적 지원을 천명했다. 6월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과 상의해 일주일 앞당긴 '이른 소집'을 검토중이다. 더위, 체력, 경기력에 대한 기술위 차원의 철저한 분석과 지원도 준비중이다. 남은 3경기에서 슈틸리케호가 눈에 띄는 반전과 변화를 통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위업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2년 7개월전, 대한축구협회와 4년 계약을 맺던 날, 슈틸리케의 취임 일성은 이랬다. "나는 돈만 받고 떠나는 외국인 감독이 되기 싫다. 한국에 결실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한국 대표팀이 내 마지막 감독직이 될 것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내 감독 경력의 멋진 엔딩을 되길 기대한다."
위기의 슈틸리케에게 주어진 인저리타임. '해피엔딩'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안갯속' 한국 축구가 길을 찾아야 할 때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