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28일 작심발언, 슈틸리케 거취에 몰고올 파장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3-29 08:37


27일 오후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훈련에 임했다.
A대표팀은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과 기성용.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27

기성용과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조선

한국축구 A대표팀 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쓴소리를 했다. 선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캡틴'이 앞장서서 자아비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성용 뿐만 아니었다. 손흥민(25·토트넘)도 기성용의 작심 발언에 공감했다.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도 선수들에게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얘기를 했다.

이같은 A대표팀 핵심 선수들의 발언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시리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쏟아졌다. FIFA랭킹 40위 한국은 95위 시리아를 맞아 1대0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전반 4분 홍정호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었지만 이후 긴 시간동안 추가골을 넣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경기 막판에서 아찔한 실점 위기 장면이 나왔다. 시리아의 슈팅은 골키퍼 권순태의 얼굴과 크로스바를 차례로 때렸다.

기성용의 발언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흔히 볼 수 있었던 발언은 아니었다. 기성용은 28일 "슈틸리케 감독님은 많이 준비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크다. 주위에서 얘기하는 감독의 전술이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전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같이 경기를 하면 감독이 누가 와도 문제는 많이 생긴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선수들 스스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감독이 잘못이라기 보다 볼 관리를 못하고 자주 빼앗기는 모습은 대표팀 수준에 맞지 않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기성용의 이런 선수 자아비판성 코멘트는 결국 위기의 슈틸리케 감독에게 든든한 방패막으로 작용하게 된다. A대표팀은 지난 23일 중국 원정에서 0대1로 패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이유는 '무색무취' '뻔한 전술' '모무한 선수 선발 원칙' 등으로 다양했다.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이 총대를 멘 것 처럼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 잘못 된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지적한 것이다.

기성용은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믿고 쓰는 A대표팀의 핵이다. 슈틸리케의 페르소나(분신)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기성용의 이번 발언은 자신을 가장 인정해주는 감독을 보호하기 위해 했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질구레하게 많은 걸 주문하지 않는다. 특히 기성용 같은 커리어와 기량을 인정받은 핵심 선수들을 존중해준다. 서로 신뢰가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성용이 슈틸리케 감독을 감싸는 발언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를 펼쳤다. 찬스를 놓치고 아쉬움에 잠긴 기성용.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28


다른 한편으론 기성용의 발언이 선수들의 경기력과 정신적인 자세를 냉정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전에서 다수의 태극전사들이 볼터치가 불안했고, 볼컨트롤이 안 돼 상대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선수들 간에 호흡이 맞지 않아 어이없게 볼소유를 넘겨주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기성용의 발언은 선수단 내부에서도 상당히 공감을 얻었다. 토종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손흥민 구자철 같은 유럽파들은 뜻을 같이했다.

손흥민은 "성용이 형의 쓴소리에 공감한다. 감독님은 선발 출전 명단을 짜지만 경기장 안에서 뛰는 건 결국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책임감 없이 플레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막중한 책임감을 갖는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이 한 경기 짧은 시간안에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중국전 및 시리아전에 소집된 태극전사 24명의 속내가 전부 드러난 건 아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의 28일 코멘트는 향후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향후 선택과 축구팬들의 여론 형성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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