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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으면 터진다.
역대급 승격 전쟁이 예고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당초 수원FC, 성남, 부산이 승격 후보로 거론됐다. 경찰팀 아산도 탄탄한 선수층으로 강세를 예고했다. 경남은 '승격 후보'로 꼽히지 못했다. 애써 높게 쳐줘도 '다크호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경남은 3승1무 승점 10점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로 뛰어 올랐다. 아직은 초반이지만 경남의 돌풍이 왠지 심상치 않다. 챌린지 승격 전쟁 구도에 이미 신선한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남의 깜짝 도약. 비결이 있을까. 김종부 감독의 리더십과 뽑으면 터지는 '안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색깔에 선수들을 맞추려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장점을 종합해 판을 짠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뿐 아니라 프론트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팀을 만들어 간다.
선수들도 화답했다. 자신의 장점을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측면과 중앙, 롱볼과 숏패스, 돌파와 연계 등 다채로운 패턴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경남표 공격축구'를 펼치고 있다.
안목도 탁월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크리스찬을 영입했다. 크리스찬은 2016년 리그 19골을 터뜨리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조합도 좋았다. 크리스찬을 비롯, 이호석 송수영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송수영은 2016년 리그 31경기에서 9골-6도움을 올렸다. 이호석은 리그 27경기에서 9골-10도움을 기록하면서 챌린지 도움왕에 등극했다.
올해는 주력 선수가 싹 바뀌었다. 이호석, 크리스찬은 대전으로, 송수영은 경남FC로 둥지를 옮겼다. 우려가 있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신속하게 그리고 알차게 팀을 꾸렸다. 김 감독은 2016년 시즌 막판 직원을 직접 브라질로 보내 일찌감치 말컹(23)과 브루노(24)를 점 찍었다.
이번에도 제대로 터졌다. 1m96-86kg의 말컹은 압도적인 피지컬로 제공권, 몸싸움에서 상대 수비를 압도한다. 뛰어난 기술도 보유해 수비수 1~2명은 벗겨낼 수 있다. 2선, 측면 자원들과의 연계도 수준급이고, 슈팅 타이밍도 빠르다. 말컹은 리그 4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중이다.
말컹의 파트너 브루노도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브루노는 축구 지능이 높다. 활동이 넓고 다재다능하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공격 활로를 개척한다. 빠른 스피드에 발재간도 좋아서 파울 없이는 브루노를 저지하기 힘들 정도다.
겨우내 다져온 수비 조직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은 지난해 리그 40경기에서 58실점을 내줬다. 최하위권 고양(72실점), 충주(62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실점이 많은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치른 4경기에선 5골을 넣는 동안 2실점만 허용했다.
이적시장을 통해 최재수 조병국 등 수비 베테랑들을 영입했다. 비록 현재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선수단에 소중한 경험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기존 이반, 우주성 박지수의 호흡도 올라오면서 철의 포백을 구축했다. 새로 합류한 연령별 대표팀 출신 왼쪽 풀백 박명수도 연착륙했다는 평가다.
강점은 키우고 약점을 메운 경남, 올 시즌 '태풍의 눈'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