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풀백의 후예' 김진수, 최강희 감독의 흐뭇한 시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3-12 19:04



11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수원-전북전 직후 수원월드컵경기장 믹스트존,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전북의 김진수(25)였다. 개막전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 첫 골에 이어 이날 마법같은 택배 프리킥으로 첫 도움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전북의 2연승을 이끌었다. 구름 취재진과 인터뷰에 열중하고 있는 김진수 뒤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스윽' 얼굴을 내밀었다. 최 감독이 "사인 하나만 해달라"고 농담하자 김진수가 손사래를 쳤다. 김상식 코치가 "야, 이러다 감독님 기록 깨겠다"며 웃었다. 최 감독이 "안돼안돼, 올해는 하지마, 내년에 해"라고 농담하며 지나갔다. '풀백의 후예' 김진수의 활약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김진수, 최강희 감독 기록 뛰어넘을까

1강 전북을 이끄는 최 감독은 대한민국 풀백의 전설이다. 현역 시절 주로 오른쪽 윙백으로 뛰었고, 엄청난 활동량을 과시했다. 공격수에서 수비로 전향한 만큼 공격 본능은 탁월했다. 1986년 수비수 최초로 K리그 축구선수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공격 포지션의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MVP로 뽑힐 만큼 뛰어났다. 1987시즌에는 3골 6도움, 1991시즌에는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1983시즌 이후 통산 10시즌간 205경기에서 10골 22도움을 기록했다. 풀백 포지션에서 누구보다 공격적이었던 '전천후, 닥공 수비수'였다. 1985년, 1986년, 1988년, 1991년 총 4차례나 리그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고, K리그 30주년 베스트 일레븐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악바리처럼 물고 늘어지는 근성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영리한 축구지능과 못말리는 공격 본능을 장착한 김진수는 2017년 최 감독표 '닥공 축구'의 키맨이 됐다. 골도 넣고, 도움도 하고, 수비도 하던 '스태미나의 화신' 최 감독의 현역 시절을 꼭 빼닮았다. 2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청출어람' 김진수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김진수의 K리그 폭풍적응 "선배들 덕분"

분데스리가에서 온 '특급 이적생' 김진수는 K리그 그라운드에 '폭풍적응'했다. 이날 전북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42분 프리킥 찬스에서 쏘아올린 김진수의 킥 궤적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골대 왼쪽 포스트 앞에 서 있던 수비수 이재성의 머리 위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공을 떨궜다. 김진수의 택배 프리킥에 이은 이재성의 헤딩골은 골키퍼가 손쓸 수 없이 완벽했다. 전북의 쐐기골(2대0 승)이었다. 김진수는 개막전 데뷔골에 이어 왼발의 클래스를 확실히 입증했다.

김진수는 프리킥 '포인트'에 대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골 장면도 미리 맞춰본 코스"라고 했다. "우리팀엔 헤딩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적극적으로 넣으려 하기보다, 정확하게 띄워만 놓으면 형들이 잘 넣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원전에서 전북은 스리백을 가동했다. 염기훈, 김민우 등 수원의 뛰어난 측면 자원을 커버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스리백 전술의 중심은 김진수였다. 90분 내내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공수 라인을 넘나드는 영리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은 단연 눈에 띄었다. 김진수는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포백보다 공격적인 부분이 더 많이 요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은 이재성, 이승기 등의 부상으로 측면 공격수 난에 직면했다. 김진수는 공격 포지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원하시면 맞춰야 한다. 선수는 필요한 부분에서 잘할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긍정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말대로 매사 도전적이고 긍정적이었다.

K리그 복귀 직후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1년간 쉬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군의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결코 들뜨지 않았다. "스타트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잘해야 '베스트'다. 지금 '반짝'하고 갈수록 떨어지는 건 결코 원치 않는다."

K리그 '폭풍적응'의 이유로 선배들의 이름을 일일이 떠올렸다. "고참 선수들, (조)성환이형 (홍)정남이형 (이)동국이형 (김)신욱이형 (최)철순이형 (박)원재형 할 것없이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전북에 오면서 걱정도 많았는데 먼저 다가와 주셨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1년만에 슈틸리케호 재승선? "내려놓고 기다린다"

이날 김진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엔트리는 13일 발표 예정이다.

지난 1년간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뛸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대표팀에도 차출되지 못했다. 슈틸리케호 선발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감독님께서 판단하실 문제다. 대표팀은 선수라면 당연히 가고 싶다. 좋다고 생각하시면 뽑아주실 것이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못들어갈 것이다. 내려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1992년생 절친' 손흥민의 안부를 묻자 김진수는 "요즘 연락을 잘 안하고 있다. 최근 흥민이가 좀 안나온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저는 걱정하지 않는다. 워낙 가진 것이 많은 선수"라며 무한지지를 표했다. 1년만에 대표팀에서의 재회를 꿈꾸고 있다. "흥민이는 당연히 오는 선수이고 제가 잘해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어색할 것같다. 전남과의 개막전은 1년만의 공식경기였다. 그동안 준비를 잘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젊은 K리거로서의 포부는 당당했다. "대표팀에서 젊은 K리그 선수들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더욱 발전해서 해외에 나가는 선수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