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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링컨시티를 위한 박수, 에미리트스타디움에 울려퍼지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3-12 10:56


ⓒAFPBBNews = News1

[에미리트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기자회견장에서 박수가 나왔다. 이례적이었다. 영국 기자들은 자존심이 상당히 세다. 박수에 상당히 인색하다. 그런 그들이 감독을 향해 박수를 쳤다. 세계적 명장을 대상으로 한 박수도 아니었다. 체육교사 출신의 5부리그 무명팀의 무명 감독이었다. 정확하게는 그 감독이 아닌 그 팀 전체를 향한 박수였다. 바로 5부리그팀인 링컨시티였다.

링컨시티는 11일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2016~2017시즌 잉글랜드 FA컵 8강전에서 아스널과 마주했다. 경기 장소는 영국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 아스널의 홈이었다.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링컨시티는 5부리그인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1부인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부터 챔피언십(2부), 리그1(3부), 리그2(4부)까지가 프로다. 그 아래부터는 논-리그(non-league)다. 일종의 세미프로다. 선수들도 생계 유지를 위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링컨시티는 현재 내셔널리그 1위다. 아스널은 EPL 5위다. 두 팀 사이에는 87개의 팀이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링컨시티 팬들이 에미리트스타디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미리트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그래도 링컨시티는 몇차례 바위를 격파했다. 2라운드에서는 3부리그의 올드햄을 3대2로 눌렀다. 3라운드에서는 2부리그 소속인 입스위치타운과 2대2로 비겼다. 이어 홈에서 열린 재대결에서는 1대0으로 승리했다. 4라운드(32강)에서는 2부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브라이튼을 3대1로 눌렀다. 이때부터 심상치않았다. 5라운드(16강)에서는 EPL팀인 번리와 마주했다. 번리의 홈에서 효과적인 경기를 펼쳤다. 경기 막판 라제트의 골로 1대0으로 승리했다. 103년만에 FA컵 8강에 오른 논-리그 팀이었다. 바위를 부숴버리는 달걀의 등장이었다.

경기 당일 오후 3시 30분. 경기 시작 약 2시간전. 에미리트스타디움 바깥은 인산인해였다. 대부분 가슴에는 임프(imp, 영국 숲에 사는 요정)가 박혀있었다. 링컨시티 팬들이었다. 이날 에미리트 스타디움을 찾은 링컨시티팬들은 9000명이었다. 링컨시티 홈구장은 1만312석. 사실상 링컨시티 서포터 전원이 런던을 찾았다. 다들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겼다.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에미리트스타디움 앞에서 만난 마이클과 안드레는 "1964년부터 링컨시티를 응원했다. 링컨시티의 경기를 보러 에미리트스타디움에 온 것은 처음이다.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는 도전이다. 지더라도 괜찮다. 다만 1골만 넣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음 시즌 리그2 승격을 노리고 있다. 꼭 리그2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에서도 링컨시티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9000여명의 목소리는 5만여 아스널 팬들을 압도했다. 링컨시티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최정예로 나선 아스널을 상대로 전반은 잘 버텼다. 다만 전반 종료 직전 시어 월콧에서 한 골을 내줬다. 그래도 링컨시티 선수들과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파이팅을 다졌다.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AFPBBNews = News1
후반 링컨시티는 무너졌다. 체력의 한계가 왔다. 4골을 내줬다. 그래도 링컨시티 선수들은 투지를 보였다. 1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다분했다. 링컨시티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골을 허용했음에도 노래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링컨시티 선수들은 아스널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는 경기장 한 가운데 동그랗게 모였다. FA컵 1라운드부터 8강까지의 여정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팬들에게 향했다. 함께 박수를 주고받았다. 아스널팬들도 링컨시티 선수들에게 박수를 쳤다. 감동의 표시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아니었다. 벵거 감독의 기자회견은 5분만에 끝났다. 대니 코울리 링컨시티 감독이 들어왔다. 20여분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코울리 감독은 "우리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펼쳤다. 많은 것을 배웠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대단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박수가 나왔다. 링컨시티가 보여준 감동에 대한 진심어린 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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