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혼전 양상서 돋보이는 '강팀의 조건'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2-23 18:33


현대캐피탈의 문성민(오른쪽)이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스파이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강팀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는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시즌 초반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순위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V리그 세계가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일단 대한항공의 약진을 주목해야 한다. 올 시즌 박기원 감독의 지도 아래 새로 태어난 대한항공은 3라운드를 제외한 매 라운드 1위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남자부 6라운드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9, 25-17, 25-15) 완승을 거두며 리그 6연승을 달렸다. 승점 67점으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56)과의 격차도 승점 9점에 달한다.

무엇이 대한항공을 이토록 강하게 만든 것일까. 확실한 '토종 주포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김학민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34세로 비교적 많은 나이지만 꾸준한 자기관리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높은 점프를 자랑한다. 여기에 박 감독의 전술까지 더해져 대한항공의 '최종병기'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도입된 첫 시즌이다. 외국인선수의 기량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선수들이 있지만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토종 에이스의 중요성이 높아진 이유다.

비록 지난 시즌만큼의 임팩트를 보이진 못하고 있지만 단독 2위에 자리한 현대캐피탈도 '강팀의 조건'인 토종 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문성민이다. 주장 문성민은 해를 거듭할 수록 원숙한 기량을 뽐내며 여전히 V리그 넘버원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문성민의 가치는 승부처에서 더욱 빛난다. 문성민은 트레이드마크인 호쾌한 강타 뿐 아니라 정교하고 기술적인 연타까지 두루 갖춰 다양한 루트로 상대 수비를 공략한다. 여기에 예리한 서브로 단 한 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강팀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세터의 능력이다. 그간 세터는 한선수(대한항공) 유광우(삼성화재)가 양분했다. 그러나 올 시즌 강민웅(한국전력) 김광국(우리카드) 황택의(KB손해보험) 등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와 신예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세트당 평균 수치를 따지면 강민웅(11.125개) 김광국(11.024개)이 1, 2위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자질이 있다. 안정감과 경기운영이다.


한선수와 노재욱(현대캐피탈)이 좋은 예다. 두 세터는 탁월한 볼 배분과 상황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팀을 진두지휘한다. 단순히 공격수에게 실탄을 제공하는 그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거듭난 한국전력과 우리카드가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강민웅과 김광국이 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복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아쉬운 판단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리그 후반 들어 경기력이 저하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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