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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는 K리그 타 팀들보다 새 시즌 준비를 늦게 시작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2주 정도 시즌 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달 중순부터 가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전지훈련의 화두는 '회복'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예년같이 시작부터 훈련 강도를 높일 수 없었다. 몸을 만들고 회복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북은 리그 준비 리듬이 깨진 상태였다. 그 사이 올 시즌 ACL 출전권 박탈이라는 충격적 결과도 받아들여야 했다. 심리적 충격이 컸다. 최 감독은 "몇 년 만에 리그만 준비하게 됐는데 리듬도 깨졌고 정신적인 충격에 어수선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실망했던 선수들이 금세 회복했다. 선수들도 새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복은 마쳤다. 전북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은 '수비 조직력'이다. 이번 시즌 전북은 포백 수비라인의 얼굴이 전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새로 영입된 김진수와 이 용이 양쪽 풀백을 맡고 중앙 수비는 울산에서 둥지를 옮긴 이재성과 신인 김민재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공격력보다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비력도 이젠 물 샐 틈 없어 보인다. 다만 장단점이 존재한다. 수비라인은 타 포지션보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번에 확 바뀐 수비라인이 적응하는데 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기존 수비수들도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 당장 ACL이 없어졌기 때문에 K리그와 FA컵밖에 뛸 수 있는 무대가 없다. 경기수가 적어져 체력적인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선수들의 활용 빈도가 줄어든다. 최 감독은 "프로는 철저한 경쟁이 우선시 돼야 하는 곳이다. 다만 희생이 필요한 시기도 있다. 기존 선수들과 새 얼굴의 시너지 효과를 내보겠다"고 전했다.
ACL 2연패의 목표는 사라졌지만 또 다른 지향점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된다. 당연히 전북은 '더블(한 시즌 K리그와 FA컵 동시 우승)' 달성으로 잡아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목표를 더 할 수 있다. 지난해 작성한 K리그 최다 무패 기록 경신이다. 이에 대해 최 감독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지난해 좀처럼 깰 수 없는 기록을 세운건 맞다. 그러나 기록을 의식하다 보니 전북답지 못하게 뒷걸음질 친 경기가 나왔다. 선수들에게도 큰 공부였을 것이다. 그래서 숫자에 연연한 목표는 세우지 않으려 한다."
지난 20일 목포 전훈을 떠난 전북에는 부상자가 한 명도 없다. 최 감독은 지난 10년간 자신이 만든 전북만의 시스템을 올 시즌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바로 선수들이 만들어가는 팀이다. 최 감독은 "우승할 때 보면 내가 앞장서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뒤로 물러섰다. 이제는 선수들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부분이 팀에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