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기적, 역시 공은 둥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2-19 11:41


ⓒAFPBBNews = News1

FA컵 묘미는 역시 이변이다.

단판승부로 열리는 FA컵은 하부리그팀이 빅클럽을 잡을 수 있는 반란의 기회다. 1871년부터 FA컵의 역사가 시작된 잉글랜드에서는 계속되는 이변으로 '자이언트 킬러(Giant-killer)'라는 대명사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18일(한국시각) 영국 번리의 터프무어에서 또 한번의 역사가 쓰여졌다. 5부리그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내셔널리그 소속의 링컨 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의 번리를 제압하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5부리그 이하 팀이 8강에 오른 것은 1914년 퀸즈파크레인저스 이후 처음이다.

링컨은 용감했다. 번리를 상대로 과감하게 전진했다. 객관적인 전력차는 분명했지만 경기력은 밀리지 않았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4분, 기적의 골이 터졌다. 루크 워터폴의 패스를 받은 션 라게트의 슈팅이 번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링컨은 이날 유일한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은 링컨의 팬들은 세상을 다 가진듯 소리를 질렀다.

링컨은 만년 하부리그팀이다. 구단 역사에서 손꼽을만한 성과를 찾으려면 10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봐야 한다. 1901~1902시즌 풋볼리그 디비전2(2부리그)에서 5위에 오른 것이 전부다. 1부리그에서 뛴 적은 없고, 1960~1961시즌 이후에는 단 한번도 3부리그 이상에 오른 적도 없다. 이날 번리전 승리는 구단 133년 역사상 최고의 승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링컨은 이번 FA컵에서 꾸준히 기적을 써왔다. 64강에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입스위치타운을 꺾었고, 32강에서도 역시 챔피언십의 브라이턴에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1부리그의 번리까지 제압했다. 이쯤되면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에서 결승에 올랐던 4부리그팀 칼레 못지 않은 기적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날 잉글랜드 전역에서는 링컨 못지 않은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3부리그의 밀월은 지난 시즌 EPL 챔피언 레스터시티에 수적 열세 속에서도 1대0 승리를 거뒀다. 2부리그의 허더스필드도 세계적 스타들이 득실대는 맨시티를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투지를 앞세운 하부리그팀들은 축구의 묘미를 보여줬고 EPL팀들은 체면을 구겼다.

승부에는 절대가 없다. 역시 공은 둥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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