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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묘미는 역시 이변이다.
링컨은 용감했다. 번리를 상대로 과감하게 전진했다. 객관적인 전력차는 분명했지만 경기력은 밀리지 않았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4분, 기적의 골이 터졌다. 루크 워터폴의 패스를 받은 션 라게트의 슈팅이 번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링컨은 이날 유일한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은 링컨의 팬들은 세상을 다 가진듯 소리를 질렀다.
링컨은 만년 하부리그팀이다. 구단 역사에서 손꼽을만한 성과를 찾으려면 10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봐야 한다. 1901~1902시즌 풋볼리그 디비전2(2부리그)에서 5위에 오른 것이 전부다. 1부리그에서 뛴 적은 없고, 1960~1961시즌 이후에는 단 한번도 3부리그 이상에 오른 적도 없다. 이날 번리전 승리는 구단 133년 역사상 최고의 승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잉글랜드 전역에서는 링컨 못지 않은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3부리그의 밀월은 지난 시즌 EPL 챔피언 레스터시티에 수적 열세 속에서도 1대0 승리를 거뒀다. 2부리그의 허더스필드도 세계적 스타들이 득실대는 맨시티를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투지를 앞세운 하부리그팀들은 축구의 묘미를 보여줬고 EPL팀들은 체면을 구겼다.
승부에는 절대가 없다. 역시 공은 둥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