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인터뷰]피겨 밖에 모르는 차준환, 평창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1-12 21:19


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이 238.07로 1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을 수상하고 있는 차준환.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1.08

차준환(16·휘문중)은 피겨 밖에 모른다.

훈련장-집 밖 다른 데는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오전 6시 기상, 7시부터 10시까지 스케이트 타기, 점심먹고 12시부터 3시까지 또 스케이트 타기, 쉬고 밤 9시까지 지상훈련. 차준환의 일과다.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 지겨울 법도 하지만 차준환은 오히려 익숙하다. 쉬는 시간 조차도 피겨 생각만 한다. 다른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예능도 안보고, 좋아하는 걸그룹도 없다. 휴식 시간, 그의 취미는 자신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분석하는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탄 스케이트였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피겨가 차준환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 밥 먹는 것 처럼 일상이 된 것 같아요."

김연아 은퇴 후 침체일로였던 피겨계에 아연 활기가 돌고 있다. 샛별 차준환의 등장. 술렁임은 기대감의 표현이다. 차준환에게는 '김연아 이후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기록이 있다.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2차례 우승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한국 최고로 우뚝 섰다.

쏟아지는 관심은 당연지사. 그는 덤덤한데, 주위에서 더 난리다. 쏟아지는 관심에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소속사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런 기대를 반영하듯 12일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훈련 공개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이 오히려 차준환이 부담을 느낄까 걱정했을 정도. 하지만 정작 차준환은 덤덤했다. 차분하게 조근조근 속얘기를 털어놓았다. 그 중 핵심 키워드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

완벽한 스케이팅. 그가 꿈꾸는 전부이자 궁극적 목표다.

차준환의 가장 큰 무기는 4회전 점프다. 트리플 악셀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던 차준환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나 쿼드러플 살코 장착에 성공했다. 최근 가파른 성적 향상도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부터다. 다음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차준환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 다른 4회전 점프가 필수다. 오서 코치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루프 연습을 시작했다. 성공률은 20% 정도지만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키가 갑자기 커져서 점프가 흔들린 적도 있지만 "차라리 일찍 위기가 와서 다행"이라고 웃어버리는 차준환. 그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주변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누가 몇점을 받았건, 누가 어떤 점프를 뛰었던 중요치 않다. "'최강자' 하뉴 유즈루를 넘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나는 항상 내 자신을 넘고 싶을 뿐이에요. 나를 넘을때마다 좋은 결과가 있었거든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가 평창올림픽 이야기에 목소리가 잦아든다.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다. 2년 전만 해도 평창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관심이 집중된 현재, 차준환은 말을 아끼고 있다. 올림픽 프로그램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부담감 보다는 한걸음씩 나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평창올림픽이 1년 남아서 아직 특별한 생각이 없어요. 부상 없이 관리를 잘하면 당연히 노리고 싶은 무대죠. 제가 목표를 크게 잡으면 오히려 부담이 되고 긴장되더라고요. 그래서 전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차준환에게 쏟아지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는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이다. 이렇다할 스타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 속에서 차준환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스타성 있는 선수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를 했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에, 탁월한 기량까지 갖췄다. '남자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게 아니다.

일단 그의 시선은 3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을 향해 있다.

차준환은 15일 훈련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떠난다.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대회다. 주니어로 마지막으로 치르는 대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과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실수했던 점프 콤비네이션 교체와, 새로운 부츠 적응문제까지 신경쓸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차준환은 지금까지 했왔던 것처럼 도전할 생각이다. "이번 시즌 마지막 시합인만큼 실수 없이 깨끗하게 차분하게 수행했으면 좋겠어요. 요소를 수행하는 것은 내 몫이지만 우승을 정해주는 것은 심판이잖아요. 내가 잘 한다면 좋은 결과는 알아서 따라오지 않을까요." 열여섯 미소년 차준환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태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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