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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후반 24분.
K리그와 유럽, 일본, 중국 등을 누비는 대한민국 최고의 남녀 축구스타 24명이 녹색이 아닌 파란색 그라운드를 빛냈다. 자선경기 단골손님인 개그맨 서경석과 '축구덕후'로 유명한 가수 박재정이 초청선수로 참석했다. 유망주 장재원군과 김유정양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번 자선경기의 테마는 '재능기부 캠페인'이었다. 축구선수로서 재능과 잠재력을 가졌지만 외부 환경적 이유로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유망주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시간이 마련됐다. 총 28명의 선수들은 K리거가 중심이 된 사랑팀과 해외리거 위주로 꾸려진 희망팀으로 나눠졌다.
선수들의 변신은 무죄였다. 이날만큼은 축구선수이기를 거부한 듯 했다. 작정하고 준비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최근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는 '마네킹 챌린지'부터 패러디, 댄스, 포즈 세리머니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축제를 더욱 알차게 만들었다. 팬들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서경석의 몸개그와 장내 아나운서의 촌철살인 멘트는 양념이었다. 서경석은 뱃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장내 아나운서는 유망주의 드리블을 막는 선수들을 향해 "막지마!"라고 소리치고, 선수들이 경고를 받을 것 같자 "심판 카드 없어요. 걱정마세요"라고 하는 등 관객들을 웃겼다. 선수들의 몸개그도 있었다. 김민우(수원)는 헤딩으로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골포스트에 머리를 받고 쓰러졌다. 곧바로 교체아웃됐지만 아픔이 아닌 창피함 때문이었다.
경기 수익금은 소외계층 유망주를 위한 기금과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 기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벤치가 아닌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홍명보 감독은 "경기를 풍성하게 꾸며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언제까지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갖고 힘닿는데까지 자선경기를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접 경기를 뛴 권창훈(수원)도 "의미있는 경기에서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좋았다"고 웃었다.
경기 후 장충체육관에는 사랑을 한껏 머금은 '감동의 꽃가루'가 내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