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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FA컵 슈퍼매치 파이널은 명불허전이었다.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2017년 K리그는 슈퍼매치로 스타트를 끊는다. K리그에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FA컵 챔피언이 충돌하는 슈퍼컵이 없다. 2006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대신 K리그 개막전에 두 챔피언을 초대한다.
올 해 K리그는 서울, FA컵은 수원이 제패했다. 2017년의 출발은 슈퍼매치가 수를 놓는다. 2011년 이후 6년 만의 슈퍼매치 개막전이 성사된다. 무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고, 첫 판부터 구름관중이 기대된다. 2011년 슈퍼매치 개막전에선 5만1606명이 상암벌을 환하게 밝혔다.
올 시즌 평균 관중에서 현주소를 엿볼 수있다. 1만명을 넘은 구단은 FC서울(1만8007명), 전북 현대(1만6785명), 수원 삼성(1만643명), 3개 팀에 불과했다. 내년에도 클래식을 누비는 전남 드래곤즈(4114명), 광주FC(3475명), 상주 상무(1943명)는 5000명을 밑돌았다. 울산 현대(8744명)와 인천 유나이티드(6053)가 약진했지만, 포항 스틸러스(7681명), 제주 유나이티드(5688명)는 떨어졌다.
구단 별 쏠림 현상도 또렷했다. '마의 고지'인 3만명을 넘은 일전은 4경기. 슈펴매치가 2경기였고, '절대 2강'의 혈투인 전북-서울전이 2차례였다. 올 시즌 최다 관중 톱10 가운데 서울, 전북, 수원이 빠진 승부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10위에 오른 울산-광주전(2만239명)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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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나와 있다. 주목도에서 편차가 심한 K리그는 늘 위기다. 라이벌전이 곧 K리그의 산소다. 상향 평준화를 위해서는 제2, 제3의 슈퍼매치가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과 선수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매경기를 마지막 승부라 생각하고 전쟁같은 혈투를 치러야 한다.
감동을 낳아야 팬들의 발걸음도 되돌릴 수 있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기 위해선 패자도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한다. 일례로 FA컵 슈퍼매치 파이널에서 서울은 '더블' 달성에 실패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질을 하는 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후회도 없었다. 차분하게 위로의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과 남미도 라이벌전이 리그를 이끈다. 팬들도 덩달아 긴장하며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한마음이 될 때 비로소 K리그도 봄을 노래할 수 있다. 싸울 때는 더 거칠게 싸워야 축구 본연의 가치인 승부가 제대로 된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름만이 아닌 볼만한 라이벌전이 K리그에 더 많아져야 한다. 슈퍼매치가 거울이자 K리그의 경쟁력이다. 성적을 떠나 모두가 '앙숙 라이벌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