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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클럽'에 대한 의문은 20세기 초반부터 끊이지 않았다.
대륙의 최강자들은 저마다 '세계 최고'를 외쳤다. 하지만 월드컵처럼 한 자리에 모여 자웅을 겨룰 기회를 만들 긴 어려웠다. 각 대륙 및 리그의 특성과 일정 탓에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FIFA가 2003년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후원하는 유럽-남미 클럽챔피언 간의 단판승부 '인터콘티넨탈컵'을 인수하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도요타에게 메인스폰서십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2005년부터 일본에서 'FIFA클럽챔피언십 도요타컵'이 부활했고, 이듬해 클럽월드컵으로 명칭을 확정했다. 전북 현대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거두면서 K리그가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대회이기도 하다. 이후 현재까지 유럽-남미 우승팀이 각각 1번 시드를 받아 4강전부터 참여하고 나머지 4개 대륙 및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예선 플레이오프 및 8강전을 펼쳐 준결승에 진출하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FIFA는 초창기부터 대회 규모를 월드컵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일본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에서 각각 대회를 개최한 적도 있지만 흥행이 신통치 않았다. 참가 클럽들도 불만이다. 유럽은 시즌 중, 남미는 휴식기의 장거리 이동이 못마땅한 눈치다. 타 대륙 팀들은 유럽-남미 팀들의 톱시드 고정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돈의 힘'이 대회를 지탱하고 있다. 2000년 첫 대회 당시엔 순위가 결정된 뒤 상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2005년 재출범 때부터는 기본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순위 상금을 보장하고 순위에 따라 금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우승팀에겐 500만달러(약 58억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준우승팀도 400만달러(약 47억원)를 받는다.
유럽 클럽들의 시각은 상금보다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좀 더 맞춰져 있다. 하지만 타 대륙 팀들에게 클럽월드컵 상금 규모는 무시 못할 수준이다. K리그에 클럽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ACL 승리 수당 및 우승 상금에 클럽월드컵 출전금 만으로도 일부 구단은 한 해 운영비 절반 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올해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는 전북은 ACL 승리수당 및 우승상금으로 354만달러(약 41억원)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클럽월드컵에서 6위만 해도 50억원이 넘는 '잭팟'을 터뜨리는 셈이다.
클럽월드컵 규모는 더 확대될 모양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현재 각 대륙 챔피언으로 고정된 클럽월드컵 참가팀 수를 최대 32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및 결선 토너먼트 방식으로 재편해 흥행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대륙별로 상이한 일정에 따른 개최 시기와 장소, 출전권 배분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전면개편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