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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명가' 수원이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수원의 2016년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K리그 클래식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룹B로 떨어지는 수모 속에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잔류를 위해 싸워야 했다. 수원은 K리그 클래식 7위로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전성기에 비해 크게 하락한 모양새였다.
명가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채 비틀거렸던 한 시즌.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화려한 마무리로 최후에 웃었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수원은 FA컵 통산 4회 우승으로 포항과 FA컵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다.
경기 전부터 매탄고의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주승진 매탄고 감독은 "후반전부터 FA컵 결승을 봤다. 수원에 소속감,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받아서 잘 해보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다"며 "선수들도 자기들끼리 '우리도 형들처럼 해보자'며 각오를 다지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접전이 예상됐다. 영등포공고는 16강에서 지난해 후반기 준우승팀인 대건고를 제압했고, 4강에선 '강호' 언남고에 2대1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기는 매탄고의 일방적인 승리를 끝났다. 매탄고는 전반 19분 전세진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이어 전반 32분 최정훈의 골로 쐐기를 박았다. 매탄고의 2대0 완승. 2009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개교 이래 차지한 첫 우승이었다. 불과 하루 차로 형님과 아우팀이 나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경기 후 대회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주 감독은 "수원의 FA컵 우승에 이어 우리도 최정상에 올라 정말 기쁘다"며 "대회 첫 우승이 정말 기쁘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이어 "꾸준한 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상혁은 "내가 딱히 한 게 없는데 큰 상을 받았다. 졸업선물로 주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광=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년 대교눈높이 고등리그 후반기 왕중왕전 시상내역
우승=매탄고
준우승=영등포공고
3위=언남고, SOL축구센터
최우수선수상=박상혁(매탄고)
우수선수상=하승운(영등포공고)
득점상=강민재(언남고)
수비상=김대원(매탄고)
골키퍼상=이성주(매탄고)
최우수지도자상=주승진 감독(매탄고)
심판상=이지훈 송태명 최승환 이정표 박명호 장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