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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 2017년이 오겠죠."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여러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제주의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제주는 숙원을 달성했다. 선수들도 한 목소리다. "팀의 목표였던 ACL 진출을 이뤄 정말 기쁘다."하지만 크게 웃지 못하는 한 선수가 있다. 오반석(28)이다. 오반석은 "정말 기쁜 일인데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도 무겁고 해서 마냥 웃음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반석은 제주의 주장이다. 지난 시즌부터 완장을 찼다. 오반석은 2012년 제주에서 프로 데뷔를 한 후 줄곧 제주 수비를 책임졌다.
하지만 지난 겨울 스포츠탈장 수술을 하면서 동계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어렵게 몸을 끌어올려 4월 30일 포항전을 통해 복귀했다. 그러나 6월 왼쪽 내측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으로 다시 병원신세를 지게됐다. 오반석은 "그 때 생각만 하면 참 답답하다"고 했다.
포기는 없었다. 성실히 재활을 해 7월 20일 성남전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8월 17일 수원FC와의 클래식 26라운드 후반 26분 오반석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디스크였다. 오반석은 "계속 부상을 해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주장인데 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오반석을 괴롭혔다. 오반석은 당시 감독이던 조성환 수석코치를 찾아갔다. 주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조 코치는 반려했다. 하지만 오반석이 다시 한 번 조 코치의 방문을 노크했다. 완장을 풀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조 코치는 오반석을 되돌려보냈다. 오반석은 "당시 정말 미안함과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주장을 그만 두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조 코치님께서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물러서면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게된다. 힘들더라도 견뎌내고 정말 좋은 결과 있으면 그 때 웃으면서 정리를 하자'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오반석은 10월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클래식 36라운드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은 오반석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수원에 거주하시는 어머니께서 아들의 경기를 보러 직접 제주까지 왔다. 어머니께 승리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간절하게 원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서울에 0대2 패. 오반석은 "정말 올해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이제 다시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오반석은 "2016년 액땜했다 생각할 것"이라며 "지금은 몸이 정말 가볍다. 2017년엔 정말 좋은 모습으로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