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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흘렀다. 멈출 수도 있었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 우즈베키스탄의 고개를 넘지 못하면 경질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출되지 않았다. 그는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대한민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우즈벡과의 홈경기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슈틸리케호의 2016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2016년이 진정한 시험대였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의 연속이었다. 6월 유럽 원정에서 가진 두 차례 평가전부터 곡예비행이 시작됐다. 스페인에 1대6으로 대패했고, 체코에는 2대1 승리하며 냉온탕을 오갔다. 9월 기다리고 기다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막이 올랐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장을 낸 슈틸리케호의 민낯도 드러났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의 위기감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자괴감이 한국 축구를 뒤덮었다. 다행히 어둠 속 한 줄기 빛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우즈벡을 꺾은 슈틸리케호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마지노선인 A조 2위로 올해를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을 제외한 6월부터의 슈틸리케호 성적은 5승1무2패, 15득점-13실점에 그쳤다.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사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도 걱정이라는 암울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슈틸리케호가 생명을 연장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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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2017년을 준비해야 한다. 만족해도, 안주해도 안된다. 2016년을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위기라는 인식을 한 순간도 지워서는 안된다. 매 경기를 절박한 '단두대 매치'로 생각하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월드컵 여정은 내년 3월 23일 재개된다. 중국과의 원정경기를 통해 후반기 첫 발을 뗀다. 이어 시리아(3월 28일·홈), 카타르(6월 13일·원정), 이란(8월 31일·원정), 우즈벡(9월 5일·원정)과 차례로 격돌한다. 올해보다 더 험난하다. 원정에서 한 경기를 더 치르는 것은 큰 부담이다. 탄탄한 전력임을 확인시켜준 우즈벡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중국과 카타르 원정도 결코 쉽지 않다. 거울도 있다.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 원정에서 단 1승도 없다. 시리아와 득점없이 비겼고, 이란에는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홈경기도 온도 차가 있다. 시리아전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숨을 돌릴 수 있지만 이란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이란과 안방에서 충돌했지만 0대1로 패했다. 한국은 최근 이란전 4연패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도, 놓을 수도 없다.
평평한 길을 걷기 위해선 내용부터 달라져야 한다. 만에 하나 요행을 바란다면 희망은 없다. 슈틸리케호는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력이 극과 극이었다. 한마디로 전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후반에 교체카드, 즉 플랜B를 통해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정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도박'이다. 플랜A의 실패는 전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이다. 아시아지역에서의 기선제압은 승패와 직결된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슈틸리케 감독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슈틸리케호는 올 한 해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곤란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 경기 '직'을 걸어야 한다. 2017년 한국 축구는 눈물보다 미소가 더 많았으면 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