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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극적인 K리그 클래식 역전 우승. 그 안에는 황선홍 감독(48)도 있고,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45)도 있었다.
최 감독은 서해 건너 중국에서 클래식 최종전을 지켜봤다. 그도 서울의 우승에 환호했다. 절반의 공도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1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나의 '우승 지분'은 전혀 없다. 모든 공은 황 감독님이 차지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같했다.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내용과 결과를 팬들에게 더 선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자책감이 많이 든다. 서울은 청춘을 다 바친 내 인생의 절반이다. 팬들의 신랄한 비판이 없었다면 온실속의 화초같은 지도자가 됐을 것이다. 서울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최용수도 없다." 친정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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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수백억원인 외국인 선수와 세계적인 감독들이 앞다투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의 시야도 한층 넓어졌다. "벤치 바로 앞에서 드리블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은 선수들이라고 느낀다. 개성도 강하고. 자기 주장도 있지만 이것도 행운이다. 감독들과 인사를 나눌 때는 희열도 느낀다. 그들의 여유가 날카로움을 볼 수 있다. 반면 승부욕은 더 불타오른다. 한국인의 기상과 위상을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긴다. 이런 도전의 기회를 가지게 돼 뿌듯하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 감독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내 자신이 좋은 생수를 한 방울, 한 방울을 마신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좋은 시점에 좋은 구단을 선택했다."
그 또한 중국에선 외국인 감독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지웠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 처럼 '싸움닭 리더십'으로 팀 컬러를 바꿨고,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있다. 최 감독은 "강성이고 타협이 없는 점 등 중국에서도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 선수들에게도 공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만 각자의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엄격히 다룰 수밖에 없다. 압박은 있지만 그럴수록 생존 본능이 강해진다.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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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는 막을 내렸지만 장쑤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장쑤도 FA컵 결승에 올라있다. 상대는 최강 광저우 헝다다. 1차전은 20일 원정에서, 2차전은 27일 홈에서 치른다. 최 감독도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는 "시즌 중반에 와서 광저우의 놀라운 기세를 눈으로 확인했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180분동안 그 어떤 이변도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내년 시즌 ACL에서 서울과 만날 수 있다. 황 감독은 결투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도광양회라는 말이 있다. 어둠속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많이 보고 배운 것을 통해 생각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그러면서 결과를 확실히 보여주는 축구를 하고 싶다. 서울과 만나면 마음 같아서는 무승부가 좋지만 프로세계에서는 내가 현재 달고 있는 엠블럼이 가장 중요하다.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K리그의 최용수와 중국의 '최룡쭈'는 또 달랐다.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크게 보는 안목도 생겼다. 그는 대륙에서 축구에 대해 새롭게 눈뜨고 있었다. 상상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