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떠올린 추억, 슈틸리케 선택 적중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11-07 20:49



"지도자들의 성향은 비슷하다. 가장 힘겨운 시기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잘 아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K리그에 몸담았던 한 축구인의 말이다. 내용과 결과가 좋았던 당시 활용했던 구성과 전술이 최고의 무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라운드의 생리를 따져보면 '과거로의 회귀'는 사실 위기의 순간 쓸 수밖에 없는 '최후의 카드'이기도 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택한 '히든카드'는 이정협(25·울산 현대)과 차두리 전력분석관(36)이다. 둘은 선수와 코칭스태프로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15일 오후 8시·서울)을 준비하는 A대표팀에 합류한다.

이정협과 차두리는 슈틸리케호 1기의 핵심이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당시 챌린지(2부리그) 상주 소속이었던 이정협은 5골을 터뜨리면서 무명에서 스타로 거듭났다. 차두리는 팀내 최고참으로 선수들의 구심점과 동시에 능숙한 독일어를 앞세워 슈틸리케 감독과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대반 우려반 출항한 슈틸리케호는 출범 3개월 만에 치른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안착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밝았던 빛도 조금씩 흐릿해졌다. '군데렐라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정협은 올 시즌 임대 신분으로 뛴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서 30경기 4골-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지난해 현역 은퇴한 차두리는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 중이었다. 부실한 경기력과 안일한 상황 인식으로 뭇매를 맞았던 슈틸리케 감독이 우즈벡전을 앞두고 둘을 호출하자 또 한번 논란이 일었다. 이정협은 경기력, 차두리는 시기가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드는 움직임이나 2대1을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하다. 이정협은 과거 상주와 아시안컵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차두리를 두고도 "얼마전 은퇴했기에 선수에 더 가까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필드 밖에서도 다른 문화권에서 온 나와 선수들 사이 교감에서 큰 장점을 보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골'과 '스쿼드 장악'이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숨은 셈법도 있다. 이들을 통한 A대표팀의 체질개선이다. 이정협은 기량 면에선 경쟁자인 김신욱(28·전북 현대) 황희찬(20·잘츠부르크)에 밀린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움직임을 가장 잘 아는 공격수로서 경쟁자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특유의 성실한 훈련자세 역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차두리 역시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돕는 전력분석관의 역할을 넘어 함께 호흡했던 후배들을 결집시키는 '보스' 역할까지 맡을 전망이다. 파이팅 넘치는 성격 이면에 감춰진 풍부한 경험과 냉정한 판단력도 A대표팀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만하다. 이들이 뿌리 씨앗이 위기의 슈틸리케호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슈틸리케호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소집돼 11일 오후 8시 천안서 열릴 캐나다와의 평가전 및 우즈벡전 담금질에 돌입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