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시즌 막판 성공 키워드는 '복수혈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11-06 21:19


5일 광주전을 끝으로 2016년 K리그 클래식을 마무리한 수원이 FA컵 출정식을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이 우여곡절의 2016년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그룹B에 포함되면서 전통의 명가 체면을 다소 구겼지만 막바지 스플릿 라운드는 성공적이었다.

스플릿 라운드 5경기 동안 3승2무. 그룹B의 선두인 7위(승점 48)에 이름을 올렸다.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까지만 해도 강등권까지 걱정하는 처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스플릿 라운드에서 선전한 셈이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 입장에서는 올 시즌 입에 달고 다녔던 "비기지 않아도 될 한두 경기라도 이겼으면…"하는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쨌든 팬들에게 약속한 대로 막바지에 성공했다. 수원의 막판 상승세에 숨어 있는 키워드가 있다. '복수혈전'이다. FA컵 준결승을 포함해 '복수혈전' 시리즈를 보란듯이 완성한 행보였다.

수원의 '복수혈전'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6일 울산과의 FA컵 준결승이다. 당시 수원은 11위 인천과의 승점 차가 불과 2점으로 강등권 언저리서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리그 순위경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한듯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1로 역전승을 하며 7차례 FA컵 준결승 승률 100% 공식을 완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패자 울산은 혹독한 고난을 치렀다.

성난 서포터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집단 항의 사태를 벌였다. 윤정환 울산 감독이 나와 설득하느라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수원 구단은 승리했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난 7월 2일 수원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겪었다. 당시 울산 원정때 1대2로 역전패한 수원은 서포터스 집단 항의 소동을 겪었다. 서럽게 우는 어린이 팬의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혀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수원은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울산에서 그때의 수모를 경기 후 후유증까지 그대로 돌려줬다.

기세가 오른 수원의 다음 사냥감은 수원FC였다. 수원FC는 올 시즌 수원에 가장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바 있다. 지난 2일 33라운드 수원더비에서 인저리 타임에 골을 허용하며 4대5로 패하고 말았다.

이미 그룹B가 확정된 가운데 맞은 마지막 라운드라 동기부여를 잃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챌린지 승격팀에게 5골이나 허용한 것은 용서되지 않았다. 수원 팬들의 거센 반발을 또 불러일으켰다.

주장 염기훈이 눈물을 흘리며 "반드시 강등권으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에야 팬들 분노가 가까스로 진정됐다. 수원은 이 때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았다.

FA컵 준결승 이후 곧바로 이어진 30일 수원FC전에서 3대2로 되갚아줬다. 이 승리로 수원은 강등 위험지역에서 탈출했고 수원FC는 이 패배로 인해 승강 플레이오프(11위)와 더 멀어지고 말았다.

'복수혈전 시리즈'의 대미는 2일 스플릿 4라운드 인천전이었다. 이전까지 수원은 인천과의 맞대결 3무로 딱히 원한이 없어 보이지만 수원의 그룹B 추락을 확정시킨 팀이 인천이었다.

지난 9월 24일 인천과의 32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후반 41분까지 2-0으로 리드하다가 고질병이 또 도지는 바람에 선취점 이후 실점을 했다. 이 패배로 인해 수원은 남은 33라운드 결과와 상관없이 그룹B가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원은 스플릿 4라운드에서 인천을 다시 만나 3대2로 눌렀다. 올 시즌 첫 인천전 승리다. 이를 발판으로 수원은 7위까지 도약했다.

5일 광주와의 최종전에서 1대1로 비겼지만 FC컵 결승 준비를 위해 1.5군을 가동한 터라 광주가 복수 대상은 아니었다.

결국 완성된 '복수혈전' 시리즈가 수원의 더 이상 몰락을 막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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