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中리그, 희비 엇갈린 한국인 감독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11-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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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더 이상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 아니다.

세계 축구의 블랙홀로 탈바꿈 했다. 이른바 '축구 굴기'로 상징되는 시진핑 주석의 전폭적 지지 아래 각 구단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앞다퉈 쓰며 유럽-남미 출신의 세계적인 선수, 감독들을 쓸어담고 있다. '졸부의 쇼핑' 정도로 폄하하던 유럽-남미 국가들은 클럽들마저 중국 기업들에게 인수되기 시작하자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중국 슈퍼리그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리그로 성장하고 있다. 이 중심에 '한국인 지도자'들이 있다.

슈퍼리그 초창기 한국인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은사'였다. 중국인 감독에 비해 한 수 위인 지도력과 팀 장악력, 특유의 성실함으로 각광 받았다. '축구 굴기'의 시작과 함께 세계적인 명장들이 하나 둘씩 중국땅을 밟으면서 한국인 지도자들의 이름도 잠시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가성비였다.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도 소극적인 이들의 행보가 계속되자 다시 한국인 지도자 모시기가 시작됐다. 지난 시즌 단 한 명도 없던 한국인 지도자는 올해 5명까지 늘어났다. 단일국가 출신으론 최다 숫자다. 광저우 헝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6년 슈퍼리그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길을 걸었을까.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은 '한류의 진원지'였다. 부담을 감수하고 택한 도전이었다. 지난 7월 1일 지휘봉을 잡을 당시 장쑤는 6위였다. 대행 체제 속에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최 감독은 중국인 코칭스태프들과의 상생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팀에 녹이며 빠르게 선수단을 장악해 나아갔다. 신뢰로 구축된 힘은 올 시즌 2위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장외룡, 박태하 감독은 슈퍼리그 데뷔 첫 시즌을 무난하게 마무리 했다. 지난해 12월 충칭 리판에 취임하며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장 감독은 특유의 '분석 축구'를 앞세워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충칭의 체질을 단단하게 바꿔놓았다. 갑급리그(2부리그) 승격 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옌볜푸더의 박 감독 역시 뚝심 있는 지도력을 바탕으로 중위권을 수성하면서 '잔류 및 중위권 수성'이라는 슈퍼리그 첫 시즌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지난 5월 창춘 야타이 사령탑에 오른 이장수 감독은 또 다시 '리장주(이장수의 중국식 발음) 열풍'을 일으켰다. 1라운드 이후 줄곧 강등권을 헤매던 창춘은 리그 막판 10경기서 6승(3무1패)을 쓸어 담았다. 특히 리그 막판 4연승으로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면서 '대륙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홍명보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은 유일하게 웃지 못한 한국인 지도자다. 막판 3경기서 모두 무승부에 그치면서 결국 리그 15위로 시즌을 마무리, 다음 시즌을 갑급리그에서 시작한다. 중국 현지에선 홍 감독이 '투자 없는 유스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다. 결과를 떠나 팀 분위기나 경기력 모두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항저우 구단 역시 홍 감독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 감독들이 좋은 성과 뿐만 아니라 팀 운영 면에서도 여타 외국인 지도자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가치도 그만큼 올라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성비 최고' 한국인 사령탑들의 거침 없는 활약 속에 중국 축구 내의 '한류 열풍'은 향후 더욱 거세게 불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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