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의 힘이죠."
감독 교체의 진통을 겪은 이후 7경기 연속 4승3무의 질주가 무섭다. 비록 그룹B 11위(승점 39)에 머물러 있지만 10위 수원 삼성(승점 41)을 비롯해 8, 9위 성남, 포항(이상 승점 42)까지 사정권에서 조준에 들어갔다.
인천의 질주가 시즌 막판 그룹B 강등 전쟁을 대혼돈과 흥미 만점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늑대축구'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해 4∼5월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 이후 단기간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인천. 그럴 만한 원동력이 있었다.
박영복 인천 구단 대표는 "감독 교체와 구단 내부의 갖가지 잡음, 문제로 인해 선수들의 충격이 적잖았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구단 사무국부터 달라졌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난국 타개의 지름길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석현 단장이 부임하면서 구단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시민구단 인천의 창단 주역인 김 단장은 4년 전 부단장으로 일하다가 구단을 떠났다. 과거 대우 로얄즈 시절부터 수십년간 축구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단장은 침몰하는 '인천호'를 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박 대표와 김 단장은 번갈아 거의 매일 팀 훈련장을 찾아가 '감시'가 아니라 귀를 열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강화해 서로 마음을 여는 게 체질 개선의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나도는 얘기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구단의 관심과 지원에 서운한 점이 많았는데 이제는 뭔가 달라지려는 성의가 보이더라."
만성적인 재정난이지만 선수들의 '돈 걱정'을 덜어주는 것부터가 기본.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수당은 경기 다음날 곧바로 입금해준다는 공약을 천명하고 인천 구단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해소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김 단장은 선수단과의 간담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단장 취임 이후 구단의 미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년에도 재정난 걱정은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 선수단에 들어가는 운영비는 구단 사무국이 어떤 수를 내서라도 구해올테니 마음놓고 운동에 전념하자. 대신 부탁이 하나 있다. 우리가 후원사를 찾아가서 손을 벌리려면 클래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원사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도 떳떳하게 후원을 요청할 수 있다. 여러분도 자신의 몸값을 올려야 다른 팀에 가더라도 대우받지 않겠느냐"고 당부했단다.
김 단장은 "돈 걱정 없이 운동하기 위해 사무국과 선수단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당부했는데 공교롭게도 이후 선수들이 작년같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단은 요즘 선수단지원팀,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매일 3∼4시간 워크숍을 열고 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선수단 전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논의되는 정보는 코칭스태프와 공유하기도 한다. 김 단장은 "인천 구단 형편에서 영입할 수 있는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리스트업 등 향후 전력 보강 계획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선수단과의 소통을 통해 일(축구)할 맛 나는 팀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우리 인천이 달라졌어요'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