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최고 활약 손흥민 향해 쓴소리, 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9-26 18:07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교체된 손흥민이 슈틸리케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01.

실수를 인정했다. 잔디 핑계, 실기한 교체 타이밍, 20명의 발탁에 대한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반성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거침 없이 칼날을 세웠다. 칼끝은 톡톡 튀는 대표팀 간판스타를 향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 4차전에 출전할 23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했다. 슈틸리케호는 다음달 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 11일 오후 11시45분(이하 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격돌한다.

한국 축구의 최근 화두는 만개한 손흥민(24·토트넘)의 골 퍼레이드다. 그는 24일 영국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미들즈브러와의 원정경기서 홀로 두 골을 작렬시키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 페이스가 놀랍다. 10일 스토크시티와의 4라운드에서 멀티골(2골)을 터뜨린 후 2주만에 다시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단 3경기만에 지난 시즌 EPL 28경기에서 달성한 4골 고지를 점령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날 절정의 골감각에 화답했다. 손흥민을 발탁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을 묻는 질문에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기력과 외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그는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경기력과 경기 외적인 부분이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손흥민은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으로 자신감이 올랐을 것이다. 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평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곧바로 경기 외적인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TV를 통해 봤겠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손흥민의 행동은 가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손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도자도 때로는 팀을 위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이 항상 주의해야 한다." '불손한 행동'이 반복될 경우 향후 대표팀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한구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1차전이 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의 프리킥을 지동원이 슛으로 연결시킨 가운데 지동원이 손흥민에게 안기며 환호하자 선수들이 함께 달려들어 기뻐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9.01/
손흥민을 향한 예상치 못한 '깜짝 발언'에 기자회견장이 술렁였다. 그 배경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왜 굳이 이 시점에 채찍을 꺼내들었을까. 한 차례도 아닌 두 차례의 돌출 행동을 감독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6월 스페인과의 원정 평가전(1대6 패)에서 교체된 직후 벤치를 향해 수건을 집어 던져 도마에 올랐다. 당시 그는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표현을 했다"며 "다만 밖으로 표현한 것이 경솔하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불만 표출은 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3대2 승)에서도 재연됐다. 후반 44분 교체되자 물병을 걷어차 논란이 됐다.


결전을 앞두고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첫 출발이 찜찜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시리아와의 2차전에선 득점없이 비겼다. 1승1무(승점 4·골득실 +1)인 슈틸리케호는 우즈베키스탄(승점 6·2승), 이란(승점 4·1승1무·골득실 +2)에 이어 3위에 위치했다. 12개팀이 6개팀씩 A와 B조로 나뉘어 열전을 벌이고 있는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에야 최후의 운명이 결정된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 4차전 카타르, 이란과의 2연전에 나설 23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3일 수원에 소집되는 A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전을 치른 뒤, 11일 밤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신문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26/
슈틸리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잘못이다. 처음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고백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일탈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팀 내부적으로는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감독과 마찰을 빚은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손흥민의 그런 행동 뿐 아니다. 우리팀 일은 아니지만 기성용도 소속팀에서 감독과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다. 몇 개월 전 이청용도 사건이 있었다. 이런 행동은 본인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위상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본인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한국 축구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며 "경기장 밖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쏟아붓고 경기장 안에서 말하는 선수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호는 다음달 3일 수원에서 소집된다. 슈틸리케 감독의 '채찍'이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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