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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인정했다. 잔디 핑계, 실기한 교체 타이밍, 20명의 발탁에 대한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의 최근 화두는 만개한 손흥민(24·토트넘)의 골 퍼레이드다. 그는 24일 영국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미들즈브러와의 원정경기서 홀로 두 골을 작렬시키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 페이스가 놀랍다. 10일 스토크시티와의 4라운드에서 멀티골(2골)을 터뜨린 후 2주만에 다시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단 3경기만에 지난 시즌 EPL 28경기에서 달성한 4골 고지를 점령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날 절정의 골감각에 화답했다. 손흥민을 발탁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을 묻는 질문에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기력과 외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그는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경기력과 경기 외적인 부분이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손흥민은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으로 자신감이 올랐을 것이다. 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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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왜 굳이 이 시점에 채찍을 꺼내들었을까. 한 차례도 아닌 두 차례의 돌출 행동을 감독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6월 스페인과의 원정 평가전(1대6 패)에서 교체된 직후 벤치를 향해 수건을 집어 던져 도마에 올랐다. 당시 그는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표현을 했다"며 "다만 밖으로 표현한 것이 경솔하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불만 표출은 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3대2 승)에서도 재연됐다. 후반 44분 교체되자 물병을 걷어차 논란이 됐다.
결전을 앞두고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첫 출발이 찜찜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시리아와의 2차전에선 득점없이 비겼다. 1승1무(승점 4·골득실 +1)인 슈틸리케호는 우즈베키스탄(승점 6·2승), 이란(승점 4·1승1무·골득실 +2)에 이어 3위에 위치했다. 12개팀이 6개팀씩 A와 B조로 나뉘어 열전을 벌이고 있는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에야 최후의 운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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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감독과 마찰을 빚은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손흥민의 그런 행동 뿐 아니다. 우리팀 일은 아니지만 기성용도 소속팀에서 감독과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다. 몇 개월 전 이청용도 사건이 있었다. 이런 행동은 본인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위상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본인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한국 축구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며 "경기장 밖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쏟아붓고 경기장 안에서 말하는 선수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호는 다음달 3일 수원에서 소집된다. 슈틸리케 감독의 '채찍'이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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